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6일 연두 회견에서 시종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인사 명단 발표, 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의 명단 포함, 자민련의 반발 등 민감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 회견 이틀전 JP가 포함된 명단이 발표되고 자민련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청와대 일각에서는 『말 한마디로 파문을 초래할 수 있다』며 연두회견의 연기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이미 몇 차례 연기된데다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는 의견이 우세해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런 전후사정을 고려한 듯 김대통령은 원론적인 답변에 비중을 두었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우회적인 표현을 썼다.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딱부러진 답변을 원했던 언론으로서는 미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도 다소 무거웠다. 김대통령은 평소 회견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편인데 이번 회견에서는 한 외신기자의 지지도 질문에 『내 지지도를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말로 좌중의 폭소를 유도했을 뿐 조크를 거의 하지 않았다. 배석한 박태준(朴泰俊)총리도 공동여당의 갈등 탓인지 내내 무거운 표정이었다.
또다른 특징은 회견이 속도감있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은 모두 발언마저 짧은 인사말로 대치하고 모든 질문에 대해 짧게는 20초, 길어도 2분을 넘지않는 답변을 했다. 이에 따라 당초 질문자 16명 외에 4명의 기자들이 추가질문을 했다. 아울러 김대통령은 이헌재(李憲宰)재경 박재규(朴載圭)통일 최인기(崔仁基)행자부장관 등 배석한 장관들에게도 답변을 시켰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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