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선 나이를 묻지 마라. 사이버 인생은 60부터다』N세대들의 독무대로 여겨지는 인터넷 공간에 「백발부대」가 대거 등장, 「올드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50·60대 장·노년층에 컴퓨터와 PC통신, 인터넷은 달나라 얘기나 마찬가지였으나 지난 해부터 사이버 주식투자와 게임열풍을 타고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는 「황혼 사이버족」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18일 오전 서울 중계동의 N인터넷PC방. 60대 할아버지 2~3명이 손자뻘의 청소년과 어깨를 맞대고 인터넷게임과 주식투자 사이트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이들은 『작년만 해도 인터넷이 뭔지도 몰랐지만 한번 배우고 나니 하루라도 안하면 좀이 쑤신다』며 『술 한잔 걸친 후면 약속이나 한 듯 「한게임 쏘러 간다」』고 입을 모았다.
Y컴퓨터학원 강사 지성은(22·여)씨는 『지난해만 해도 노년층은 한달에 1~2명에 불과했지만 새해 들어 1주일새 4~5명씩 교육문의를 해올 정도로 노년층 네티즌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원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고 있는 최모(61)씨는 『인터넷으로 자식들에게 E-메일을 보내고 각종 사이트를 검색하다 보면 황혼의 외로움도 잊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이버공간으로 뛰어든 것은 인터넷을 모르면 사회에서 도태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신세대층과의 대화단절을 절감하는 데다 게임과 주식투자 등을 통해 소일거리도 찾을 수 있기 때문.
스타크래프트나 인터넷 바둑·장기를 즐기는 「스타크파」, 사이버 주식투자에 몰두하는 「재테크파」, 각종 동호회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채팅을 즐기는 「사교파」, 요리나 취미정보 등을 찾는 「검색파」등 백발부대의 모습도 다양하다.
서울의 PC방 사장 권모(30)씨는 『무조건 찾아와 「뭘 배워야 할 지 알려달라」고 문의하는 50·60대가 크게 늘어나 별도의 교육반을 편성해야 할 지경』이라며 『10대들을 물리치고 PC방 스타크왕에 오른 노인, 요리정보를 검색해 요리책을 만드는 50대주부, 집에 초고속통신망을 깔고 전문네티즌이 된 60대도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사이버교육센터에는 수백명의 장·노년층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는데 60대이상 황혼층이 30%를 넘는다.
인터넷의 증권정보나눔 동호회 「팍스코닥」에서 20·30대를 제치고 동호회장에 오른 박희덕(51)씨는 『노년층은 인터넷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힘과 활동성이 떨어지는 황혼층에 나이의 핸디캡을 극복,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인터넷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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