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세월을 이겨낸 나무들이 음식점과 카페 벽난로 등에서 연기로 사라지고 있다. 땔감용 나무 수요가 늘어나면서 불법벌채를 일삼는 기업형 「나무사냥꾼」이 활개치고 있는 것.26일 서울경찰청에 의해 산림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문모(39)씨는 구이전문 음식점이나 서울 근교 고급카페촌 벽난로에 쓰이는 땔감용 나무를 찾아 중간상인에게 넘기는 불법 벌목업자. 지난해 12월께 경기 양주군 회천읍 모종중 소유산에서 화력이 좋아 비싼 가격으로 처분할 수 있는 참나무 군락을 발견한 문씨는 산 소유주인 종친회장 A(64)씨에게 나무 5톤당 9만원씩을 주기로 하고 불법 벌채를 시작했다.
문씨가 지난해 12월26일부터 25일까지 한달간 기계톱과 포클레인까지 동원해 베어낸 참나무는 50년생 30그루, 40년생 100그루, 30년생 1,000그루 등 20년생 이상만 수천그루. 1만2,000평에 달하는 울창한 참나무 숲이 일순간에 풀만 듬성한 초원이 돼 버렸다. 문씨의 꾐에 넘어가 함께 구속된 A씨가 종중소유의 산을 쑥대밭으로 만든 대가로 손에 쥔 돈은 불과 180만원.
서울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택지로 형질변경을 꾀하는 일부 산 주인들도 불법 벌채에 참여하거나 묵인하고 있다』며 『불법벌채업자들은 수령에 관계없이 점찍은 산 하나를 완전히 날려버리기 때문에 생태계 회복에 몇십년이 걸린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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