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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지 않다면 꿈꾸지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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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지 않다면 꿈꾸지도 말라"

입력
2000.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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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같은 바람을 맞으며 목숨을 걸고 얼음기둥을 기어오르는 빙벽등반. 수직의 빙벽은 그래도 평이한 편. 오버행(경사가 90도 이상의 코스에서 거꾸로 매달리는 것)도 어김 없이 기다린다.머리 속에는 오직 '살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보는 사람의 손에도 땀이 쥐어진다. 레포츠의 성취감이 위험도와 비례한다고 볼때, 단연 겨울 레포츠의 제왕으로 꼽을 만하다.

강추위로 중부권 이북의 폭포가 꽁꽁 얼면서 얼음 스파이더맨들이 환호하고 있다. 빙벽등반 시즌은 1월초부터 2월말까지. 올 겨울에는 포근한 날씨가 계속돼 지난 주까지 몇몇 북쪽 폭포를 제외하고는 등반이 위험했다. 이번 추위로 본격 시즌이 시작된 셈이다.

국내에 빙벽등반이 도입된 것은 1971년. 한국산악회가 프랑스 국립스키등산학교에서 장비와 기술을 들여오면서부터. 1977년 산악인 송병민씨가 최대 난코스인 설악산의 토왕성폭포(320m)에 처음 오르면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한동안 토왕성폭포를 오르는 사람에게는 '토왕폭 사나이'라는 명예로운 칭호가 부여됐다. 이제는 대부분의 암벽등반인들이 참가할 정도로 대중화해 있고 수준도 세계적이어서 이 칭호는 사라졌다.

빙벽등반을 즐기려면 강인한 두손과 두 발외에 장비가 꼭 필요하다. 손으로 얼음을 찍어 자세를 잡는 피켈, 위험하거나 부실한 얼을을 제거하는 아이스해머,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아이젠등이필수적이다. 생명과 관련된 장비이니만큼 믿을만한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빙벽용 피켈은 헤드가 굽었고 끝이 날카롭다. 개인차가 있지만 50~60cm정도가 힘을 받기에 적당하다. 아이젠은 12개의 침이 있고 이음마디가 없는 것이 좋다. 헬멧, 방수장갑, 자일, 안전벨트, 방한복등도 필요하다.

등반기술은 빙벽의 경사도에 따라 크게 플랫푸팅과 프런트포인팅으로 나뉜다. 플랫푸팅은 경사 70도 이하의 빙벽에 적용되는 기술. 아이제의 침을 모두 얼음에 붙이고 빙벽을 오른다. 프런트포인팅은 직벽에 응용되는 기술이다. 아이젠의 앞부분 침 2개만을 사용한다.

대부분 폭포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우리나라의 빙벽은 멀리서 보면 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많은 고드름이 종유석처럼 늘어붙은 모양이다. 그래서 등반이 어렵다. 수시간씩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있는 팔, 다리의 힘과 지구력, 무엇보다 장비를 자유자재로 사용할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물론 초보자는 숙련자와 함께 등반을 시도해야 한다. 기초체력이 좋을 경우 7박 8일 저도의 교육을 받으면 첫 등반을 시도할 수 있지만 개인차가 크다.

전문가들은 "게으름을 피지않고 꾸준히 얼음에 올라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실력 향상의 왕도"라고 이야기한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국내에서 빙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폭포는 50여 곳. 설악산에만 20여개가 몰려 있다. 붐비는 명소를 피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깊은 산 속의 새로운 빙벽을 찾고 있어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초보자들에게 적당한 빙벽은 경사가 40~70도로 완만하고 높이가 10~20㎙ 정도로 쉽게 주파할 수 있는 곳. 서울 도봉산 회룡골폭포, 수락산 금·은류폭포, 경기 포천 명성산의 백운폭포, 운악산 무지개폭포 등이 초보자용 빙벽으로 꼽힌다.

중급자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은 춘천시 봉화산 기슭의 구곡폭포. 레저·휴식타운인 강촌리가 인근에 있어 서울의 클라이머들이 많이 찾는다. 북한산 구천은폭포, 불암산 경수사폭포, 감악산 은계폭포, 도락산 가래비폭포 등은 초급자와 중급자가 함께 즐기기에 좋다. 빙벽등반의 메카인 설악산의 개토왕폭포, 소토왕폭포, 응당폭포, 월악산 팔랑소의 좌우빙폭 등도 중급자용이다.

상급자들은 주로 설악산 3대 빙폭으로 꼽히는 토왕성폭포, 대승폭포, 소승폭포에 몰린다. 특히 높이 300㎙가 넘는 토왕성폭포는 폭포 좌우의 바위지대를 지그재그로 오르는 혼합등반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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