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연예인들도 제옷 즐겨입어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연예인들도 제옷 즐겨입어요"

입력
2000.01.27 00:00
0 0

디자이너 지춘희(47·미스 지 컬렉션 대표)씨는 요즘 한창 바쁘다. 그의 옷을 즐겨 입는 톱탤런트 최명길, 황신혜, 이영애가 모두 드라마나 영화에 들어가는 탓이다.그의 옷을 대 입기로는 심은하도 빠질 수 없다. 지난해 4월 끝난 드라마 「청춘의 덫」이 한창 뜨고 있을 때 방송가에선 심은하의 옷이 단연 화제였다.

잡지마다 「심은하가 입은 지춘희의 옷」을 소개했다. 언뜻 수수해 보이면서도 바라볼수록 깊은 세련미가 드러나는 의상들이 배신한 남자에 대한 증오를 감추고 있는 여주인공의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이 의상이나 소품의 상당수는 지씨가 평소에 하고 다니던 것이었다.

지춘희씨의 옷은 유명 탤런트들이 즐겨 입기로 유명하다. 패션계 한 관계자는 『당대의 인기 여배우가 선택한 것은 늘 지춘희였다. 자기만의 디자인을 고수하면서 소비자의 욕구를 간파할 줄 아는 대단한 마케팅감각의 소유자』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작 지씨는 손을 내두른다. 『마케팅이요? 그런 건 몰라요. 지금까지 내가 찾아다니면서 내 옷을 입어달라고 한 적도, 옷 한벌 공짜로 준 적도 없어요. 그들(단골로 찾는 탤런트들)은 인간적으로 친할 뿐이에요. 나는 우리 식구라고 말해요』 드라마나 영화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고 수다떨기를 즐길 뿐이라는 것이다.

지씨의 옷은 사실 잘 소화하기가 어렵다. 도회적이나 매우 절제된 디자인이 특징. 여자들을 현혹하는 장식은 없다. 오히려 시침선을 겉으로 드러나게 하는 식이어서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눈길을 돌릴 정도다.

그러나 아는 사람이라면 한눈에 「지춘희 옷」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은근한 멋을 즐길 줄 안다. 79년 처음 문 연 미스 지 콜렉션은 이름 한번 바뀐 적이 없다.

대단한 것은 이렇듯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그 때 그 때 흐름을 놓치지 않는 감각. 그는 늘 트렌드의 복판에 서 있다. 패션의 중심이라는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컬렉션은 잘 안 보지만 세상의 작은 변화를 간파하는 민감한 안테나의 소유자다.

『봄/여름 시즌을 준비하기 전에 이탈리아를 여행했어요. 시골 벽돌집 창가 화분에 바람개비가 꽂혀 돌고 있었거든요. 순간 어린시절 크레용으로 그린 그림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커다란 해바라기를 넣는 등 꽃을 주제로 이번 시즌 디자인을 풀었죠. 여행하면서, 친구들을 만나면서, 곧 일상 생활 속에서 디자인은 나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의 디자인은 대체로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

지씨는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요즘 10대들이 질질 끌리게 입는 힙합바지도 입어 보고, 꼭 맞는 쫄티를 입으면 배꼽이 나오는구나 하고 느껴본다. 또 다양한 연령층의 친구도 많다. 이러한 생활이 모두 지춘희 디자인의 원천이다. 또 다른 원천은 「고향」. 중학교 때까지 충북 충주에서 자란 그는 『자연이 있는 소도시에서 살았던 것이 도시를 더 잘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한다.

지씨는 70년대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그랬듯 개인 양장점에서 3년동안 일하면서 디자인을 배웠다. 어렸을 때부터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해 주변에서 디자이너가 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는 디자이너로서 중요한 자질로 디자인 테크닉보다 변화를 좋아하는 기질을 꼽는다. 그는 디자이너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에도 좌절하거나 후회한 적이 없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 만든다』는 사실에 스스로 황홀했기 때문이다. 성공에 대한 집착보다 일을 즐길 줄 아는 것이 그의 현재를 만든 비결이다.

『디자이너로서 가장 좋은 버릇이 뭔지 아세요? 혼자 드라마를 찍는 거에요. 차창 밖 풍경을 보면서 느낀 이미지를 상상력으로 확장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디자이너는 작가입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직업가이드] 패션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는 여성들의 고전적인 인기 직종 중 하나. 의류직물학과, 의상학과 등 대학 관련 학과에서 수많은 전공자를 배출하지만 현장에 막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습 위주의 교육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디자이너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은 전공을 했든 안했든 디자인학원을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제패션디자인연구소, 에스모드서울, 이데아패션연구소, 시대디자인학원등 사설학원이 있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으로는 삼성이 운영하는 사디, 코오롱에서 운영하는 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 등이 있다. 실제로 현재 활동중인 많은 디자이너들을 배출해 낸 곳도 이러한 학원들이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기술도 기술이지만 전반적인 미적 감각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욕구가 필요하다. 미술대학 출신이 색감이 뛰어나 유리한 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또 옷을 볼 수 있는 안목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

트렌드를 잘 읽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데 이러한 눈은 하루아침에 키워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거리를 지나거나 잡지를 볼 때에도 예사로 지나치지 않듯 패션을 읽는 관심이 선천적일 정도여야 한다고 말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