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맨 밑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식물이다. 동물이나 곤충들로부터 수난을 당하지만, 식물은 자연을 유지하는 밑거름이며 기초생산자이다. 하지만 자연의 질서에도 예외는 있다.EBS는 28일 오후 8시 상식을 뒤엎고 곤충을 잡아먹는 생태계의 이단자, 식충식물의 생태계를 조망한 특집 자연다큐멘터리 「한국의 식충식물」을 방송한다. 식충식물을 본격적으로 조망한 다큐멘터리는 국내에선 처음이다.
주걱 모양의 잎에 달린 수십개의 선모로 곤충들을 잡는 끈끈이주걱, 조개처럼 생긴 두 장의 잎으로 벌레를 에워싸는 파리지옥, 뚜껑까지 달린 항아리 모양의 잎을 가진 세파로투스 등 식충식물들은 곤충을 유혹하기 좋은 화려한 생김새로 곤충을 포획한다. 이어 효소를 내서 단백질, 탄수화물 등으로 곤충을 분해한 후 질소 성분을 흡수한다.
중생대 백악기인 약 1억 3,000만년 전에 지구상에 등장했고, 1875년 찰스 다윈에 의해 처음 학계에 보고 되었을 때, 식충식물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이 일었지만, 그것은 그들 나름의 생존방식이었다. 산성 습지나 석회암 절벽 지대 등과 같이 자양분이 빈약한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곤충을 잡아 직접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이다.
식충식물과 곤충의 먹이사슬에는 재미있는 일도 벌어진다. 끈끈이 주걱에 잡힌 등애가 옴짝달싹 못하고 탈진할 무렵 개미가 나타나 등애를 훔쳐 달아난다. 개미는 식충식물의 먹이감이 되기도 하지만 힘센 다리와 강한 턱을 가지고 있어 역습도 가능하다.
제작진은 식충식물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전남 화순, 울산 무제치, 전남 보길도, 하의도 등 전국을 누볐고, 식충식물의 서식지로 유명한 호주 서부의 퍼스 지역를 찾았다. 제작을 맡은 한국 환경생태계 연구협회 영상사업단의 김민호 PD는 『식충식물은 눈에 잘 안 띄지만 우리나라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동안 관심이 없어 그 서식지가 계속 파괴돼 멸종 위기에 몰렸다』고 말했다.
EBS는 27일 8시에도 특집 자연다큐멘터리 「도시의 곤충」을 방송한다. 개미 벌 매미 바퀴벌레 등 도시 곳곳에 서식하는 곤충들의 생존 전쟁을 카메라에 담았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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