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민련 내부의 최대 화두는 공동정부 철수 여부이다. 민주당이 내각제 강령을 배제한데 이어 총선시민연대가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 등 자민련 지도부를 대거 「블랙 리스트」에 포함시키자 자민련의 분노는 비등점에 이르렀다. 자민련은 공동정부 파트너인 민주당을 향해 직격탄을 쏘고 있어서 공동정부 철수를 각오하는 분위기이다.자민련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은 25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선거법 협상에서 2여공조는 없다』며 한나라당과의 사안별 공조도 검토할 수 있음을 밝혔다. 김총장은 이어 『공동여당과 커넥션이 있는 외부세력이 도전하는 마당에 공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두 여당이 이념과 헌정질서에 대한 이견이 크다면 연합공천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직 공동정부 철수를 공식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공조 파기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24, 25일 이틀동안 충청권 유권자 수천명이 자민련에 전화를 걸어 『민주당과 결별하라』고 주문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김 명예총재는 최근 『내각제 없는 공조는 있을 수 없다』 『여권공조도 내각제와 함께 대국민약속이므로 지켜져야 한다』등 두 갈래 언급을 해 공조 파기 여부로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김 명예총재는 25일 오전 신당동 자택에서 측근들의 방문을 받고 『누가 뭐래도 주저하지 않고 의연하게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동안 몇번씩이나 국민 평가를 받아왔는데…』라고 말했다. 결심을 앞두고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날 자민련 당5역회의에서는 『여권공조가 깨지는 것을 각오하고 강력히 대응하자』는 강경론이 주류를 이뤘다. 김 명예총재와 이한동(李漢東)총재대행이 민주당 창당대회에 불참한데 이어 27일로 예정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조찬회동을 거부한 것이 이미 공동정부의 기능마비를 가져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자민련의 목소리 높이기는 총선 득표 전략 차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민련이 당장 공동정부 철수를 공식 선언할 것 같지는 않다. 선거법 협상이 마무리된 뒤 본격화할 두 여당의 연합공천 협상이 여권 공조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 만일 수도권 연합공천 지분 절충에 성공할 경우에는 양당이 딴 목소리를 내더라도 공조의 큰 틀은 지킬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연합공천 협상이 깨질 경우 양당 공조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자민련은 공동정부 철수를 선언할 경우 박태준(朴泰俊)총리의 총리직 사퇴 추진도 검토하기로 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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