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LG쌍둥이 빌딩 15층 LG전자 부회장 비서실. 2월 12일부터 방송되는 KBS 주간 연속극 「비서」(황선영 극본, 황인뢰 연출)의 출연자 심혜진 김민 등 탤런트 6명이 비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이중에 열심히 메모하며 강의를 듣는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연기자 김여진(28)이 있다.연극판에 뛰어든 지 6년, 화제의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박하사탕」의 주연도 했다. 그리고 MBC 베스트극장에도 세 번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그녀를 알아 보지 못한다. 흔한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미지와 분위기로 인해 대중 속에서 그녀를 판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녀의 연기는 정평이 나있다. 그녀의 연기관은 『진짜 같은 연기, 거짓말 없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것. 연기의 일상성이라고 표현한다. 영화 「처녀들…」의 순박하면서도, 순간 전부를 섹스에 던져버리는 대학원생 순이, 연극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질기고 독립적인 영채, 그리고 MBC 베스트극장 「아버지의 밥상」에서 홀아비 교사를 사랑하는 여성 역할 등 모두 그녀에게 어울렸다. 아니 그녀가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물론 극중 상황을 장악하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그녀가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것은 운명과 도전이 빚어낸 산물이다. 이화여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시험에 떨어져 힘들었던 시기. 그녀는 연극 한편을 봤다. 「지하철 1호선」. 그후로 연극이 하고 싶어 포스터 붙이는 일이라도 시켜달라며 극단을 찾았다. 그리고 포스터 붙이는 일을 2주일쯤 했을 때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주연 박상아가 슈퍼탤런트에 합격, 방송가로 진출해 자리가 비자 오디션을 통해 주연을 맡게 됐다.
참한 외모와 탁한 목소리는 그러나 적극성과 거리가 먼 느낌이다. 『저는 작품에 들어가면 작품분석과 캐릭터 연구에 몰입해요. 다른 것은 전혀 못하지요』 간결한 그녀의 말은 연기의 세계를 점차 체득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서」 에 캐스팅되면서 이지적인 비서를 보여주기 위해 요즘 그녀는 불면에 빠졌다고 했다. 단정한 아이보리색 정장차림에 귀고리까지 하고 교육현장에 나왔다. 황PD가 비서 역에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고 나오라는 주문에 맞추기 위해서다. 별로 비서처럼 보이지 않는 다른 연기자들과 사뭇 다르다. LG부회장실 비서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6명의 탤런트 중에 가장 비서 분위기가 풍기는 사람은 단연 김여진이다』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로의 변신에 대해 『최소한 시도하지 않으면 발전은 없다. 실패도 삶의 한부분이다』 명쾌하게 대답한다.
■ 드라마 「비서」
비서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젊은 직장 여성 사이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주간극. 주제의식과 영상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황인뢰 PD는 전문직 여성들의 세계를 사실감 있으면서도 경쾌하게 그리겠다고 한다. 김여진 심혜진 김민 김민주 신주리 등이 나온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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