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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굿판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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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굿판으로 거듭난다

입력
2000.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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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이 무장이 되고 광대가 되듯, 여러분께서는 이 굿판을 함께 끌어가는 굿 주인이 돼 주십시오』서울 남산 국립극장이 완벽한 굿판으로 거듭난다. 국립극장 여기저기서 틈틈이 벌어져 왔던 굿판들을 작품화한 「광대들의 비나리」. 광대는 배우, 비나리란 기원을 뜻하는 옛말이다.

출연진 56명. 국립극단 27명, 국립무용단 8명, 국립국악관현악단 8명, 우리음악연구회 단원 5명, 국립극단 연수단원 5명. 12지신상을 하얀 창호지로 복원시키고 전면을 용틀임 조형으로 장식한 소극장 무대가 곧 굿판. 맨 먼저 극단장 정상철이 제주(祭主)로 나와 굿의 시작을 고한다.

걸립패들의 자지러지는 풍악 속에 배우들이 굿판의 주최자로서 손님을 맞는다. 첫 마당 「판열기」는 정씨의 무대. 굿판의 의미, 배역 소개, 앞으로의 전개 등을 걸쭉한 입담과 함께 풀어 헤친다. 둘째 마당 「하늘에 고하기」에서는 부정한 것들을 물리치면, 셋째 마당 「땅」에서는 신을 위로하는 무가를 구성지게 엮어 낸다. 조상거리 대감거리 등 전통 굿판을 변용한 「구 아리랑」이 구성진 넷째 마당 「사람」이 끝나면, 놀부전의 전신 「사마장자」를 패러디 한 다섯째 마당 「광대」. 극중극의 형식을 빌어, 배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한다. 맨 마지막은 덕담을 하며 모두 떡을 나눠 먹는 뒷풀이다.

공연 양식으로서 이번 무대 최대의 핵심은 「쌍방향 연극」. 이른바 인터랙티브 형태다. 관객들은 더 이상 서구 무대에서처럼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무당과 구경꾼이 격의 없이 말을 주고 받았던 전통 굿판의 모습을 최대한 수용, 구경꾼과 굿쟁이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판이다. 극단측은 『줄거리 위주의 서양식 연극에서 탈피, 우리의 전통 연희인 굿에서 우리 연극의 참모습을 찾으려는 시도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연극 평론가 구히서, 경기 민요 가수 김혜란, 연출가 박은희, 국립 무용단 무용수 이지영, 국립국악 관현악단 악장 김규형씨 등 5명이 광대들을 지휘한다.

굿 마당의 느낌을 주기 위해, 앞쪽에 배치된 좌석 12개를 시원스레 치웠다. 개막 전 배우들이 모두 로비로 나가서 관객을 맞고, 끝난 뒤에는 구경꾼들 앞에서 소지(燒紙)하는 등의 장면 역시 굿판의 관례를 따른 것. 28-31일까지 국립극장 소극장. 금·월 오후 7시, 토 오후 4시 7시, 일 오후 4시. (02)2274-3507-8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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