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국회 민주당 기자실. 방금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지역구 의원정수 축소」방침을 발표했다. 『야당과 의원수 현행 유지를 합의하고서도 이를 바꾼 명분과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정대변인의 답은 간단했다. 『국민이 원하니까…』요즘 민주당의 행태, 의사결정이 이런 식이다. 독자적 판단과 사고는 별로 없고 「여론」을 쫓아다니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원정수 축소만 해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시한 선거법 재협상 항목 6가지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민주당이 「뒷북」을 치고 나온 이유는 민간인 선거구획정위원들이 「개혁성」을 내세워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이를 궁극적으로 관철시킬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박상천(朴相千)총무가 회의직후 기자들과 따로 만나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톤다운을 시도한 게 근거다. 이 뿐만 아니다.
시민단체를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에서도 원칙이 보이질 않는다.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 명단이 나오기 전에는 『공천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막상 소속 중진의원들이 다수 포함된 결과가 나오자 『당의 자체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발을 뺐다. 시민단체의 선거운동허용 논란에 대해서도 독자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청와대와 여론의 눈치만 살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여론을 중시하겠다는 민주당의 생각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정을 총체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집권당에 여론은 수렴과 조정의 대상이 돼야지 「영합」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민주당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신효섭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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