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거구획정위에 참여한 민간위원들의 힘에 의해 말많던 지역구 의원정수가 26-29명 가량 대폭 줄어들고 인구상·하한선도 9만-35만명으로 상향조정됐다. 정치권이 「선거법 개악」을 통해 지역구를 현행 253석에서 5석 늘리려 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다.정치권이 민간위원들에게 「백기(白旗)」를 든 것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과 맞물려 증폭된 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작용한 결과이다.
실제 25일의 획정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인구하한선 상향조정 반대」,자민련은 「현상유지」안을 내세우는 등 큰 틀의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결국 두손을 들었다. 한나라당은 막판까지 『농촌이 소외된다』며 「8만5,000-32만명」안을 끝까지 고집했지만 표결에 응할수 밖에 없었다.
지역구 감소에 따라 현행 299명의 의원정수가 줄어들지와 비례대표 의석수가 늘어날지도 관심거리이다.「의원정수 10% 감축 약속」을 지역구 의원정수 감소의 명분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 의원정수 299명을 유지하는 편법을 택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례 의석을 10석 안팎 늘려 지역구 과다 출혈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이 경우 의원정수는 현재 보다 16-19석이 줄어든 280-283석이 된다.
남은 문제는 획정위안이 정치권의 반발을 뚫고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 획정위안은 「권고안」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은 없는데다 워낙 파격적이어서 지역구가 사라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집단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은 획정위안이 확정된 후 『정당간 다시 협의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재론」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획정위 결론이 국회 의결과정에서 뒤집혀질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고 있다.
정치권이 담합한 「개악안」이 자체 반발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여론의 압력이 실려있는 획정위안을 다시 정치권이 손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이다. 표결에서 유일하게 반대했던 한나라당도 이회창(李會昌)총재가 획정위 구성 제안자인 만큼 제동을 거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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