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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 '철새 정치인'은 잘못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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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 '철새 정치인'은 잘못된 표현

입력
2000.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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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도 냄새가 고약해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 했던 안양천에 겨울 철새들이 돌아왔다.쇠오리, 흰죽지, 흰뺨검둥오리 등이 멀리 시베리아의 캄차카반도로쿠터 인양천까지 겨울을 나러 온 것이다. 그렇다고 안양천의 수질이 일급수가 된 것을 아니다. 우리들의 몰지각한 환경파괴로 갈 곳을 잃은 철새들 몇몇이 그나마 땟국이 좀 씻긴 도시의 개울을 찾아준 것이다. 그래도 참 고맙고 소중하다.

동물들 중에는 자기 영역을 확보하여 자손 대대로 물려주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철 따라 먼 여정에 오르는 것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왜 어떤 동물들은 터주가 되고 어떤 동물들은 역마살이 끼어 늘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캐나다 북부와 북구에 걸쳐 서식하는 제비갈매기의 일종은 해마다 북극 근처의 집을 떠나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극대륙에 다녀오는 엄청난 여행을 한다. 거리를 재보면 줄잡아 4만km가 넘는다.

미대륙에만 살며 꽃의 꿀을 빨아먹는 새로서 몸무게가 1원짜리 동전과 맞먹는 벌새도 매년 무려 850km의 거리를 왕복한다.

이들이 어떻게 그 먼거리를 이동하면서도 길을 읽지 않고 정확하게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지는 동물행동학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연구과제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해나 별을 방향지표로 사용하기도 하고 뚜렷한 지형지물이나 냄새 또는 지구의 자기장까지 이용하여 길을 찾는다.

태평양 한가운데까지 나가 살다가 정확하게 자기가 태어난 강을 찾아오는 연어들은 고향의 강물에 섞여 있는 냄새를 기억하고 찾아온다.

자기가 태어난 곳을 스스로 기억하고 찾아오는 연어나 엄마를 따라 함께 가보았던 길을 따라 훗날 자기 새끼를 데리고 이동하는 고래처럼 한번 갔던 길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오는 동물들의 경우도 대단하지만 한쪽 방향으로 이동한 세대는 사라지고 새로 태어난 자식들이 부모의 고향을 찾아가는 경우는 정말 불가사의하다.

미국 동부지역에 폭넓게 분포하는 황제나비는 최대 2,500km를 날아 멕시코의 고산지대에서 겨울을 나며 알을 낳는다.

어미를 여의고 태어난 어린 나비들은 어떻게 그 먼거리를 돌아간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는 당적 옮기기를 밥먹듯 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가리켜 철새 정치인이라 부른다.

그러나 철학과 신념은 고사하고 삶의 계획과 방향도 일정하지 않은 그들을 해마다 목숨을 걸고 긴 여정에 올라야 하는 철새들과 비교하는 것을 한마디로 어줍잖은 일이다. 구태여 비유를 할라치면 그들은 한번 얻은 영역은 내놓으려 하지도 않으며 어디선가 갑자기 먹이가 나타나면 갈가마귀 떼처럼 모여드는 텃새들이다.

미국 생활 15년에 정당을 바꾼 의원을 본 일이라곤 그저 두어 번뿐이었던 걸 기억하면 아무리 내나라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는게 우리네 정치판이다. 시민단체들의 리스트에 이런 새들의 행동자료도 올라 있는지 궁금하다./최재천 서울대 교수 생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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