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체첸반군 "그로즈니 포기" 시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체첸반군 "그로즈니 포기" 시사

입력
2000.01.26 00:00
0 0

『들어가야 할지, 말지…』 체첸 반군이 24일 수도 그로즈니 방어를 포기하겠다고 시사했지만 정작 러시아군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수차례 지속된 시가공방전에서 혼쭐이 난 러시아군은 또다른 체첸측의 유인책이 아닌지 의심이 앞선다.러시아군이 무장헬기와 탱크 등 압도적 화력을 앞세워 시가에 진입하기를 수차례. 그러나 번번히 큰 인명피해와 함께 퇴각하기 일쑤이다.

전투에 지친 한 러시아 병사는 『길이 훤히 튀어 쉽게 중심가에 다다르면 언제 나타났는지 반군들이 퇴로를 차단하고 몰살하기 시작한다』고 공포감을 감추지 않았다. 스커드 미사일까지 퍼부었지만 그로즈니 도심내에서 하루 불과 수㎙를 전진하며 공방전은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러시아측의 고전은 베트남전 당시 월맹측 땅굴을 연상케 하는 체첸측의 「두더지 작전」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 중심가 전략요충인 미누트카광장을 거점으로 얽혀있는 지하땅굴을 엄폐 삼은 저격수들이 러시아군을 「사냥하듯」 몰아낸다. 러시아군 부사령관도 저격병에게 당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총알에 징집병인 러시아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엉망이다.

물론 체첸이 첨단화기로 무장한 러시아군의 그로즈니 공세에 얼마나 더이상 버틸지는 의문이다. 그로즈니를 포기하더라도 지형지물을 이용한 산악으로 전장을 옮겨 러시아군에 대한 저항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방 군사전문가는 『체첸반군은 원한다면 그로즈니를 포기하는 대신 어느 방향에서든 러시아군을 공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고민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군은 『그로즈니 점령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지지부진한 전황으로 적전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이 체첸공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으며 군 내부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방장관이 경질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체첸반군의 본격적인 항전은 오는 3월26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직무대행에게 풀기힘든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그로즈니를 점령하더라도 도심과 산악지역에서 전면적인 게릴라전이 전개되고 러시아군 사상자가 급증한다면 푸틴의 높은 인기는 결국 거품처럼 꺼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