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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치인과 신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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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치인과 신창원

입력
2000.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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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루시초프는 『시냇물이 없어도 다리를 놓겠다고 공약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정치인을 표현했다. 처칠은 정치인의 자격을 묻는 기자에게 『미래에 무엇이 일어나는지 예언할 수 있는 재능』이라고 말한 뒤 단서를 달았다. 『뒷날 그 예언이 맞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재능을 가졌는지 여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당선이나 인준, 의안통과 같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밥먹듯 거짓말을 하는 직업이라는 우회적 표현이다.■최근 시중에는 정부가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도 한강물이 맑아지지 않는 진짜 이유를 묻는 퀴즈가 유행이다. 정답은 「여의도에 국회가 있기 때문」이라 한다. 썩은 정치인들이 모여있는 국회가 한강 한가운데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는 학식 있는 사람이나 성품이 바른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불학무식한 건달에게나 알맞은 직업』이라고 막말을 한 고대 그리스 시인 아리스토파네스에 비하면 애교 있고 온건한 비유라 하겠다.

■총선시민연대가 공천반대 정치인 66명의 명단을 발표한 뒤 해당 정치인들의 반응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새삼 한강물 퀴즈를 떠올리고 있다. 한 두사람을 빼고는 한결같이 『정치자금 받은 것은 관행이고, 대가성이 없으니 죄가 안된다』 『정치탄압과 보복수사 때문이다』 『당 요직에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말 뿐이다. 잘못을 시인하고 새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만은 구해주고 싶다는 것이 시정의 정서였으나 허사였다.

■같은 신문에 실린 신창원의 결심공판 기사에서 위안을 찾는 사람이 많다.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신이 탈옥후 144차례나 강도 절도행각을 계속한 사실을 강조하며 사형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신은 담담한 표정으로 최후진술을 했다. 동정받을 일을 한 것도 없고 의적도 아닌 나같은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 국민과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뜻에서 항소를 하지 않겠으니 사형선고를 내려달라는 요지였다. 포악한 범법자가 왜 동정을 받는지를 알겠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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