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한국과 별 인연이 없으셨는데 한국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계십니까.『한국의 인상은 늘 바뀌어왔습니다. 1973년 여름에 비무장지대(DMZ) 시찰차 처음 방문했을때는 어두운 인상을 받았습니다. 냉전의 한가운데 미소 대결의 장(場)이 돼있는 분단의 현실과 긴장감, 그리고 「김대중(金大中) 납치사건」 등이 상징했던 국내정치의 중압감을 느꼈던 것이지요.
두번째로 서울올림픽 개회식에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총리를 모시고 참가했을때는 15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밝아진 한국의 모습을 대했습니다. 또 지난해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 담당대사로 다섯차례 방문하면서 금융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한 역동성과 함께 확실하게 개방되고 민주화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그는 외무성에 들어온 이래 보도과장, 보도참사관, 대변인 등을 지내며 언론계와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또 다케시타 전총리의 비서관을 지낸 인연으로 정계 인맥도 탄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_현재의 양국 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또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양국 관계가 2차대전후 가장 좋은 가운데 부임하게 돼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3일자 일본 신문을 보여주며) 총리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호감을 느끼는 일본 국민이 1988년 이래 처음으로 호감을 느끼지않는 사람을 넘어섰습니다. 1998년 10월 김대통령의 방일과 지난해 3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의 방한으로 구축된 새로운 관계가 국민속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지난해 한국이 하와이를 제치고 일본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가 되었고 일본을 찾은 한국인도 100만명을 넘었습니다. 양국이 정말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 가 되고 있습니다. 김대통령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정말 절묘했습니다. 일방적으로 일본 문화가 한국에 침투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영화 「러브 레터」가 한국에서 인기를 끈 이상으로 「쉬리」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상대국에 대한 호감이 없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앞으로 이런 분위기를 지속하고 더욱 키워나가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제 임무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1998년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선언의 부속문서인 「행동계획」과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경제 어젠다 21」의 착실한 실행을 외교적·정치적 사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_아키히토(明仁) 천황의 방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한국 정부의 관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부드럽게 방한이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양국이 각각 국내의 반대파를 설득해야 합니다. 현재의 한일 관계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일본에는 한국에 호감을 느끼지못하는 사람이 46%나 있습니다. 가속적으로 친근감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사상 유례가 없는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는 김대통령의 말대로 「하늘이 준 기회」일 수 있습니다. 대회 성공을 위한 양국의 협력과 노력이 서로에 대한 좋은 감정을 크게 늘려 내년에는 여론조사에서 「친한파」가 2배로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_한일 자유무역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있습니까.
『멕시코 대사 시절 북미 무역자유화협정(NAFTA) 체결과 그 경제적 효과에 대해 지켜보았습니다. 한일 양국 관계는 경제협력의 긴밀화가 특히 중요합니다. 현재 논의중인 투자협정이 매듭되면 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 자유무역협정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현재 양국의 국책연구소가 본격적인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시아경제연구소는 중간보고서도 냈습니다. 올 여름에는 공동 심포지엄이 열릴 예정이어서 꼭 결과를 알고 싶습니다. 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 분명한만큼 한걸음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오부치 총리가 고려대학교 강연에서 「일본과 한국이 핵이 되어 유럽연합(EU)에 필적하는 자유무역권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여러분도 그런 꿈을 가져달라」고 밝혔습니다만 이제 꿈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목표로 바뀌고 있습니다』
_양국의 방위협력은 이대로 좋은 것입니까.
『극동의 평화와 안정에는 한반도의 안정이 핵이라는 인식은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양국이 한미 방위조약과 미일 안보조약을 통해 간접적인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법의 제정으로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일본은 헌법 9조와 미일 안보조약의 범위안에서는 가능한 모든 협력을 할 것입니다. 양측 당국간의 핫라인 설치나 인적교류, 육·해·공군별 공동훈련 등이 크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양국 현역 군인의 유학생 교환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_KEDO대사 경험에 비추어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에 「온도차」를 느낍니까.
『KEDO대사로서 두번 정도 3국의 미사일 협의에 참석했습니다. 3국이 느끼는 북한의 위협은 크게 보아 핵과 미사일 위협입니다. 처음에는 3국의 사고방식이 약간 달랐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페리보고서」가 나온 이래 그런 온도차는 사라졌습니다. 북한에 대한 어떤 정책이든 3국의 협의를 거친다는 방침이 확고하기 때문이지요. 곧 재개될 일본의 대북 국교정상화 교섭도 한미 양국과의 긴밀한 협의하에 진행될 것입니다』
_북한을 어떻게 보십니까.
『직접 방문한 적은 없지만 KEDO 협의과정을 통해 「유교적 군사독재 국가」라는 인상이 뇌리에 박혔습니다. 세계에서 국민의 존엄성이 완전히 억압된 유일한 나라입니다. 북한은 살아남기 위해서도 개혁·개방을 서둘러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경제·에너지·식량 위기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_한국민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밝혀 주십시오.
『양국이 정치·경제 관계가 긴밀해졌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차원의 교류를 증진하느냐입니다. 부산에서 나리타(成田) 공항까지는 1시간20분이 걸리고 나리타에서 도쿄(東京)까지는 2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두나라를 더욱 가깝게 만들기위해서는 젊은 세대와 지방자치체의 활발한 교류가 필요합니다. 일본 고등학생이 한국을 자주 찾는 것도 좋지만 한국의 젊은 교사가 일본에 와 고등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는 등의 노력이 활발해지길 바랍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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