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시민연대가 공천부적격자에 대한 낙천 및 낙선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반부패국민연대가 현역의원 다수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병무비리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반부패국민연대로부터 관련자 명단을 넘겨받은 청와대가 24일 이를 검찰에 넘김으로써 병무비리를 둘러싼 또 한차례 사정소용돌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우리는 그간 몇차례 병무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국토방위를 신성한 의무로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병무비리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덮거나 축소할 수 없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당국을 비롯한 합동수사팀은 이런 기대를 저버린 채 안이하게 대처했고, 그것이 오늘의 상황을 불러오게 된 까닭이라고 생각된다.
당초 대통령의 성역 없는 수사지시가 수사팀에게는 먹혀들지 않는 듯 했다. 특히 기무사같이 힘있는 기관에는 수사팀이 맥을 추지 못했다. 심지어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부분은 수사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예컨대 경남·부산지역의 한 지방유지는 지역 군 기관장과의 친분을 기화로 상당수의 정치인에게 그 자제들의 병역을 불법으로 면제받게 하거나 의병제대등을 알선한 것으로 널리 소문이 났다. 그럼에도 웬일인지 이들 의혹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전 기무사요원은 수사과정에서 장성급 인사의 병무비리 사실을 자백했다. 어쩐 일인지 이 사람은 나중에 진술을 번복했다. 뒤에 밝혀진 사실은 피의자격인 기무사가 이 사람을 합동수사팀보다 먼저 데려가 조사했다. 진술번복이 이뤄진 전말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이번 재수사가 이뤄지게 된 과정에 각별히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단체의 촉구와 대통령이 신당총재 취임사에서 이례적으로 병무비리 발본색원을 강조하고 나선 점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정부가 정말로 근절의지가 있다면 지금까지 대통령의 눈을 가린 병무비리 수사팀의 직무유기 행위에 대한 문책이 선행돼야 마땅하다.
국민적 지탄대상인 특권층비리를 척결하는 일에 만에 하나 정략적인 의도나 악용의 소지가 있어서는 안된다. 반부패연대측의 석연치 않아 보이는 자료확보 과정도 투명하게 드러내야 할 대목이다. 믿을 만한 수사팀의 내부자료라고만 우길것이 아니라 확보과정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갖가지 의혹을 잠재우는 방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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