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바둑 최강국의 자리를 사수하라」한국이 「바둑 황제」 조훈현 9단의 활약에 힘입어 제1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의 첫 패권을 향해 한발짝 더 다가섰다.
한국의 3번 타자로 출전한 조 9단은 22일 일본 도쿄(東京) 일본기원에서 속개된 농심배 2차전 제8국에서 일본의 3번 타자로 나온 「한국기사 킬러」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을 맞아 256수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조 9단은 초반 포석단계부터 실리상 우위를 확보한 뒤 특유의 날렵한 쾌속 행마로 요다 9단의 두터운 세력바둑을 효과적으로 공략, 일찌감치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에 앞서 요다 9단은 한국의 김영삼 4단과 중국 왕레이(王磊) 8단을 연파, 3승 고지를 향해 파죽지세로 달려오던 길이었다.
한국팀의 주장이자 맏형격인 조9단은 순번상 4번내지 마지막 주자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서봉수 신화」를 재현해보겠다』며 자진 출전했다는 후문.
「서봉수 신화」란 농심배의 전신인 진로배(97년 제5회 대회)에서 한국의 2번 타자로 나선 서 9단이 요다 9단부터 중국 마샤오춘(馬曉春)9단까지 9명의 중·일 대표들을 차례로 격파, 혼자 힘으로 한국 우승을 이끌어낸 사건.
아무튼 조 9단도 숙적인 요다 9단을 가볍게 제압, 「목표」달성을 위한 첫 스타트는 순조롭게 끊은 셈이다.
조 9단의 승리로 한국은 4승 2패의 좋은 성적으로 농심배 2차전을 마무리했다. 이제 한국팀의 남은 선수는 조 9단을 위시해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과 「세계바둑 1인자」 이창호 9단 등 3명. 각각 3승 3패, 1승 3패를 기록하며 2명씩의 기사가 남은 일본(조선진 9단·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 7단)과 중국(마샤오춘(馬曉春)·창하오(常昊) 9단)에 비해 외형상 압도적 우위에 있는 철벽진용이다.
한국이 비교적 손쉽게 선두에 나서게 된 것은 국내 예선을 거쳐 대표팀에 합류한 신예기사들이 「제몫」을 톡톡히 해줬기 때문.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1차전에서 첫 타자로 나온 목진석 4단은 일본 신인왕 출신인 야마시다 게이고(山下敬吾)5단과 중국의 차세대선두주자 치우준(邱埈)4단을 연파, 신예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했고 2번 타자로 나선 김영삼 4단은 이번 2차전에서 예상을 깨고 「중국 6소룡」중 한명인 뤄시허(羅洗河) 8단을 꺾고 조 9단에게 바통을 넘겨주었다.
물론 난공불락의 「3인방」이 버티고 있다 하더라도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중국 기사들은 지난 해 말 개막한 제2회 춘란배에서 이창호·유창혁 9단 등을 물리치며 「공한증(恐韓症)」에서 완전 탈피한 상태고, 일본의 남은 주자들도 유독 「한국 바둑에 강한」기사들이다. 야마다 7단만 하더라도 지난 해 제4회 삼성화재배에서 목진석 4단, 유창혁 9단, 김승준 6단 등 한국의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준결승까지 진출한 초특급 비밀병기.
어찌됐든 한·중·일 3국이 「세계바둑 최강국」의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농심배 첫 패권의 향방은 한국서 속개되는 최종 3차전(3월 22∼28일)에서 판가름이 날 예정이다.
한국기원은 홈페이지(www.baduk.or.kr)를 통해 매 대국을 실황중계하는 한편 해외 바둑애호가들을 위해 한글과 영문으로 동시해설도 할 계획이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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