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새상품 개발 안합니까』『주주들 다 죽이려고 작정했나요』정보통신(IT)업체 H사 직원들은 요즘 주주들의 전화를 받느라 여념이 없다. 경영지원실 직원 전원이 전화기에 달라붙어도 수화기를 제대로 내려놓을 시간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코스닥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주가가 올해들어 한달 사이에 급락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현상이다. H사의 경우 주가가 5만8,000원대에서 4만원대로 폭락하자 몇십통 가량의 항의성 전화가 울려대기 시작하더니 3만원대로 떨어지자 아예 하루 수백통으로 폭증했다.
이런 현상은 H사 뿐만이 아니다. 주가가 최고가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반토막」코스닥 업체들의 대부분이 최근 이런 종류의 「전화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C사의 기획팀장 심모(35)씨는 『투자자들의 항의성 전화가 쏟아져 전화받기가 두려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전화를 걸어오는 주주들의 형태도 가지가지. 『왜 주가가 빠지느냐』며 점잖게 자문을 구해오는 투자자들은 그나마 다행.『무상증자를 해야하지 않느냐』『자사주 취득을 공시해야 하지 않느냐』며 호재개발을 적극 권유하는가 하면 『신상품은 빨리 빨리 보도자료로 알려야지』라며 재촉하기도 한다. 『우리 다 죽게 생겼다』『내 재산의 절반이 날아갔다』는「읍소형」과 『정말 이럴거냐. ××야』라며 반말과 욕설을 퍼붓는 투자자들이 가장 골칫거리다.
이들 업체들에 따르면 전화를 걸어오는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코스닥 주가가 치솟자 덩달아 투자한 40-50대 중장년들. 20-30대 투자자들이 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항의성 글을 올리는 데 비해 이들은 전화를 유일한 항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맹목적 투자관행이 시정되어 가는 긍정적인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당분간 주가지수에 반비례해 울려댈 전화벨소리만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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