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혁명이 완수되어 영국에서 시장원리가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라고 한다. 그런데 그때 우리의 정부관료들은 2000년쯤 국민총생산에서 영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무지개를 띄웠다. 적잖은 경제학자, 언론인, 전문가들은 맞장구를 쳤고, 국민들은 우쭐대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선진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까지 자만의 치기가 보였다. 그러다가 외환위기의 날벼락을 맞았다. 유럽을 변화시키고 세계로 퍼져나가던 대처리즘의 본질에 무감각했었다.■김대중 정부 2년동안 「햇볕」과 더불어 가장 강조되어 온 단어가 「시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부는 규제를 풀고 민영화와 해외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고통스럽게 겪었던 외환위기가 바로 정부권력이 시장원리를 억압하거나 조작하면서 생겨난 결과라는 반성위에 「시장논리」가 득세한 것이다. 이런 정부정책의 배경에는 공산주의 붕괴로 지난 10년동안 전세계를 바꾸어 놓은 「시장」바람이 더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예긴과 스태니스로 미국의 두 경제전문가가 쓴 「코맨딩 하이츠」(Commanding Heights)는 정부와 시장과의 관계 흐름을 실증적으로 파헤친 흥미있는 책이다. 전후 영국총선에서 전쟁영웅 처칠을 퇴진시킨 애틀리내각의 출범에서 시작하여 옐친의 악전고투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시장의 상호관계가 리더십과 비화를 중심으로 예리하게 분석되고 있다. 물론 한국의 경제발전과 외환위기도 정부와 시장의 역할에서 언급되었다.
■「코맨딩 하이츠」는 세계적 흐름인 시장경쟁이 직면할 시험으로 공평, 고용, 환경, 국가정체성, 인구문제를 들고 있다. 모두 우리에게 해당되는 문제들이다. 일례로 인센티브제도에 의존하는 시장경쟁의 성격상 엄청난 소득불평등이 사회불안 요인이 되며, 경제운용의 투명성과 적법성이 결여될 경우 시장의 도덕성을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시장경쟁 정착에 애쓰는 DJ정부 사람들이 한 번 들여다 볼 책이다. 아니, 야당 사람들에게 더 유익한 메시지일지 모른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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