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시민 연대의 공천반대 명단 발표는 여전히 낡은 틀에 안주하려는 정치권에는 엄청난 충격일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부응치 못하고 관행대로 밀실공천이나 하고, 결국은 끼리끼리 나눠먹는 식으로 선거구를 획정할 때부터 이런 사태는 예견됐다.기성 정치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마침내 이런 형태의 직접적인 정치참여로 나타난 것이 아닌지 모두가 생각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인적청산이 이뤄져 구태의 정치가 물러나고 새롭고 깨끗한 정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봄직도 하다. 그런 점에서 공천반대 명단발표는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천반대 명단발표가 순기능적 역할에만 머문다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이 초래하는 간과하지 못할 역기능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총선 시민연대가 일정 수준이상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는 시민단체 연합이라는 점과 심의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점 등에서 『직책의 고하, 여야의 차이등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배제했다』는 그들의 표현대로 「명단의 객관성」에 수긍은 간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기준의 모호성과 불평등의 문제 지적도 그나름의 이유가 없지 않다고 본다. 우선, 기준자체가 모호해 누구는 명단에 넣고 누구는 빼주는 식으로 공천반대자 명단이 작성됐다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시민연대가 규정하는 부패전력, 민주헌정질서 파괴 및 반인권 전력 정치인 등이 15대 의원들에게만 국한되는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당에 공천신청서를 냈거나, 공천 대기중인 정치인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음에도 아예 심의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는 시민운동에 대해 합법과 불법의 구분짓기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목적이 선하고 옳다 하더라도 수단이 적법하지 않으면 옳지 않다는 것은 진리이다. 대통령 언급이후 중앙선관위가 시민단체의 낙천운동 까지는 타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므로 명단발표가 불법은 아니라 하더라도 다음 부터가 문제인 것이다.
시민단체는 앞으로 낙선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려 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법을 개정해 낙선운동을 합법화 시키든지, 아니면 명확하게 선을 긋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만약 선을 긋지 않는다면 불법이 판을 칠 것이고, 반대로 합법화 시킨다면 각종 이익단체들도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낙천·낙선운동을 벌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