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 시애틀 거리에는 적지 않은 최루탄이 터졌다. 60년 대 반전 시위 이후 미국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연방군이 투입되고 계엄령까지 선포되었다. 과녁은 「WTO 뉴라운드」 협정에 반대하는 시위 물결이었다.
결국 대중의 요구에 밀려 이 협정은 결실을 보지 못했지만 문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의 무역 마찰 원인으로 등장하면서 부각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식품 안정성과 생태계 파괴의 위험성 논란. 또 생명체에 대한 특허권 설정 문제는 새 천년의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다.
인도의 생태운동가 반다나 시바가 쓴 이 책은 제1세계의 「자유무역」과 지적재산권의 확산, 그리고 생명공학의 발전이 자연환경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고발하고 있다. 특히 생명체에 대한 조작과 특허권 주장, 소유권 인정 등 독점 행위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은이는 『창조성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지금의 지배 논리에 따르면 창조성이란 제1세계의 초국적 기업이 개발하는 것이며 사적인 이윤을 창출할 경우에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여기서는 『살아있는 생물체 스스로가 발휘하는 창조성과 그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이용한 토착공동체의 창조성이 무시되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인도 특산의 님나무에서 나오는 액체는 많은 인도인들이 옛부터 치아를 닦는 데 이용했다. 하지만 1985년 이후 미국과 일본 기업들은 님나무에 들어있는 천연화합물 용액을 이용한 치약 제조법으로 12개가 넘는 특허를 땄다.
님나무를 이용한 인도 전통의 약품 제조법도 공정은 다를 게 없지만 특허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한다. 생명을 복제하는 기술도 이제 「특허」고 개인의 「소유」이다.
시바는 생명현상이 유전자에 의해 조종되는 것이라는 유전자 결정론, 기계론적이고 환원주의적인 생물학 패러다임이 이런 문제의 근원에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생명공학의 기술은 종자의 생산력과 자기재생능력을 강탈하면서 기술적 수단과 재산권이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종자를 식민지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종자를 관리해 온 농부들은 그들의 권리를 생명공학으로 무장한 초국적 기업에게 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운동은 두 가지를 지향하고 있다. 토착씨앗의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각 지방에 종자은행을 건설하려는 전국적인 네트워크 건설과 생명을 보는 공학적 시각에 대항하는 대안 모색이다. 「어머니, 당신은 백 가지 형태를 갖고서/ 천 가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백 가지의 쓸모를 가진 당신이여/ 나를 위해/ 이 사람을 낫게 해주십시오/ 기뻐하라/ 꽃과 열매를 맺는 당신!」(인도 고대 경전 「리그 베다」 가운데) .
이성을 앞세우고, 지식의 칼을 휘두르는 서양의 가치관에 대항해 그가 내세우는 것은 「여성생태주의」다.
『자연적 농업과 자연적 출산은 인간의 창조성과 가장 높은 수준의 감수성을 수반하며, 나아가 분리가 아닌 협력과 참여에서 나오는 창조성과 지식을 동반한다. 여성과 공동체의 일상에서 형성되는, 자연과 협력하는 정치는 관계는 다시금 만드는 정치며 역동성과 다양성을 통한 재생의
정치다』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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