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 총선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에 취재단, 의원보좌관 등 600여명의 유례없는 인파가 북적였다. 계파의 보스, 수십년간 의원직을 고집스럽게 유지해 온 거물급인사들이 공천부적격자로 불려질 때마다 좌중은 크게 술렁였고 국민들은 새로운 「밀레니엄 체험」을 했다.우선 전제를 달자.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부적격 명단이 지고의 선(善)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은 시민단체의 낙천운동은 이미 제어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낙천캠페인은 4·19혁명-유신반대운동-87년민주항쟁과 궤를 같이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으로 해석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정치권에 대한 환멸은 새소식이 아니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접어들면서 정치의 대상인 유권자들은 첨단 디지털세상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정치권은 주판알 퉁기는 아날로그상태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도 프로그램끼리 충돌만 일삼고 제대로 된 문서 하나 작성하지 못하는 고물 시스템에서…. 낙천캠페인에는 아날로그 정치꾼들에게 밀레니엄정치를 맡겼다가는 환란(換亂)처럼 나라가 또 망가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배어있다.
정치권은 시민의 힘에 의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조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서게 됐다. 정치권의 「앙시앙 레짐(Ancien Regime·구체제)」은 하루 빨리 폐기처분하는 길이 그들의 이익에도 궁극적으로 합치한다. 정치권이 또 옛날 방식을 고집할 경우 시민과 시민단체의 압력은 더욱 거세져 시스템이 멈춰서는 사태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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