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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진주 '장승꾼' 최해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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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진주 '장승꾼' 최해열씨

입력
2000.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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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에 세워진 「신랑 각시」를 기억하나요』옛부터 이정표와 수호신 역할을 했던 장승의 기능 연구와 재현에 몰두하고 있는 경남 진주의 최해열(崔海烈·46)씨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장승꾼」이다.

어릴 적부터 나무를 깎아 인형만들기를 좋아했던 최씨는 군복무를 마친 뒤 곧바로 목재공장을 찾았다. 동네 어귀에서 조그만 자신을 내려다보던 무섭고도 인자한 모습의 장승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7년간의 목공생활에서 나무의 재질을 익히면서 틈틈히 옛 문헌을 뒤져 장승을 연구한 뒤 본격적인 「장승깎기」를 시작했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장승깎기는 「감(感)의 작업」이다. 껍질을 벗긴 나무를 그늘에서 말린 뒤, 마음 속으로 밑그림을 기억하며 머리부분부터 깎아 내려간다. 눈, 귀, 코 등을 깎고 나면 배 부분에 글씨 쓸 자리를 남기고, 눈동자에 색을 넣는 점안(點眼)으로 장승이 완성된다.

소나무를 주재료로 쓰며 대부분 남·여 한쌍으로 만들어지고, 남좌여우(男左女右) 옛 관습에 따라 정면 왼쪽에 남장승, 오른쪽에 여장승을 세운다. 이름도 「장생」, 「장생표주」, 「황장생」 등으로 다양하고, 종류도 이정표 구실을 한 「노표(路標)장승」, 아들을 많이 낳게 기원하는 「기자(祈子)장승」, 국태민안을 기리는 「방위수호(防衛守護)장승」, 절 어귀에 세워진 「불법수호(佛法守護)장승」 등 가지각색이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전남 영암군에서 열린 전국 장승깎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씨는 『장승이야말로 우리민족 고달픈 삶의 이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잔재』라며 『이를 우리 전통문화의 한 부분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수호장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진주=정창효기자

ch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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