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인사 명단발표는 국내 정치사상 최초로 「시민에 의한 정치개혁」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또 4·13총선에서 후보자 개인의 당락은 물론, 향후 총선 및 정치구도 전반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수십년 되풀이 되어온 국민의 요구속에서도 개혁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정치권은 시민단체의 이번 「선거반란」을 계기로 「환골탈태」냐 「자멸」이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이번 공천반대인사 명단에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여야 중진과 실세, 다선의원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시민에게는 「혁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야 각당은 이미 공천과정에서 명단을 상당부분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부정부패와 선거법 위반, 반민주·반인권 인사로 분류된 의원들 상당수가 공천과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실 전망이다.
설사 공천을 받는다 해도 총선연대가 대대적인 낙선운동을 준비하고 있어 당선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지역색」이 상대적으로 약한 서울·수도권 지역에서는 명단발표가 공천과 당락에 그대로 반영될 공산이 높아 「정치적 사형선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 각당은 명단에 포함된 중진과 실세의원 처리문제로 딜레머에 빠지게 됐다. 「적극 반영」하자니 당의 핵심 축이 날아갈 형편이고 무시하자니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명단은 참조하되 「비리·무능」이미지의 중진의원은 전국구로 돌리는 등 타협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총선연대는 이번 명단심사의 대상이었던 15대 국회 전·현직 의원 329명 이외에도 출마가 유력한 전직 의원과 정부 고위공직자, 시·도지사 등을 대상으로 「2차 공천반대명단」을 작성, 발표할 예정이다. 또 총선연대 김기식 공동사무처장은 『이번 명단에서는 제외됐지만 심의과정에서 부적격자로 분류됐던 국회의원 10~20명의 명단을 작성, 각 정당에 공천결격자로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혀 「명단공개 파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연대는 25일 국회앞 낙천운동 퍼포먼스를 시발로 상임대표단의 전국 「버스투어」와 「낙선운동 지지 및 선거법 개정 범국민서명운동」, 권역별 「지역협의회」 활동을 통한 낙천·낙선운동을 펼칠 계획이어서 총선전까지 정치권과 시민단체 사이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