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인비는 20세기 문명의 가장 놀랄만한 사건으로 서양이 불교와 만난 것을 언급했다. 97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불교에 매혹된 미국」이란 제목으로 특집기사를 다룰 정도로 현재 서양인들에게 선(禪)불교는 낯설지 않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20여 곳의 수련장에 1,500만의 선 수행자들이 있을 만큼 미국와 유럽의 참선 열기는 뜨겁다.서구에서의 선을 말하는 단어는 「젠(zen)」, 일본이 해외에 전파한 선이다. 선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일본인 스즈키 다이세츠가 최초로 선에 관한 책을 영어로 번역하고 1940년대에 하버드대 등에서 강의하는 등 서구에 본격적으로 선을 전파한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한국의 선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중국 스님들이 송광사에서 선수련을 하고 돌아갔고, 벽안의 스님들이 속속 한국 선의 세계로 들어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달마 대사가 창시한 선종의 전통이 올곧게 남아있는 유일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마로 상징되는 선의 본질은 무엇이며, 서양인들은 왜 선에 빠져드는가? 그리고 한국은 왜 선불교의 중심국으로 떠오르고 있는가? 그리고 21세기 선의 가치는 무엇인가? KBS2 TV 「TV 문화기행」(밤 12시 10분)은 25일, 내달 1일, 8일 3회에 걸쳐 「달마와 함께 하는 선 기행」 을 방송하며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선다.
제1편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은 선종의 창립과 전파 과정을 통해 선의 실체에 접근한다. 석가모니의 28대 조사(祖師)인 달마가 인도에서 베트남을 거쳐 중국으로 건너와 소림사에서 9년간 면벽 수행하고 당시의 중국의 도가와 결합해 선종을 창시했다. 이것이 우리나라로 전해져 한국불교의 원형이 됐다. 제2편 「달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참선 열기를 전하며 선이 유럽에 자리잡기까지의 역사적 과정과 서구의 눈에 재발견되는 선의 가치를 탐구한다.
제3편 「달마가 한국으로 온 까닭은?」에서는 선의 전통이 유일하게 남은 나라로 평가되고 있는 우리 선불교의 실체를 알아본다. 일본의 선이 상업적이고 격식화했다면, 한국의 선은 화두를 가지고 일체전념해 깨달음을 얻는 전통을 여전히 계승하고 있다. 최근 한국 선을 해외에 널리 알리고 있는 서울 화계사의 숭산 스님과의 만남을 통해 한국 선의 가치를 알아본다. /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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