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새콤 재치입담깔끔상큼 개그소녀
코미디언 열전
이성미
영원한 앳띤 소녀 같기만 하더니 그도 이제 나이 마흔의 중년이 돼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톡톡 튀는 재담은 세월도 무색케 한다.
깔끔한 「재치 마담」, 이성미(40).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추고, 할 줄 아는 게 「말발」 세우는 것밖에 없으니…』라고 말하지만 그는 지금 그 입담 하나로 SBS 「이경실 이성미의 진실게임」, MBC 「일상탈출 야호」 등 네 개 TV 프로그램과 라디오 프로그램 두 개를 진행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10년째 진행하고 있는 교통방송 「9595쇼」를 비롯, 「이성미·지석진의 라디오 데이트」 등 라디오 진행은 데뷔 무렵 이후 줄기차게 맡아왔다. 파트너만 해도 주병진 이주일 박미선 임하룡 김형곤 등 셀 수가 없다.
20여년 동안 소곤소곤거리는 그의 재담은 전파를 타고 날아와 때론 우리 귀 속을 간지럽히고 달아나거나 때론 시원하게 가슴까지 파고 들었다. 20년,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 『나이 좀 있는 여자들 중에 마땅하게 진행을 맡을 사람이 없는가 봐요』라고 겸손 떨며 말하지만 양념 같이 새콤 매콤한 재치와 순발력은 타고난 천성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20년 동안 변치않는 사람들의 말동무로 있기까지는 다른 그릇이 필요했다. 『고생한 덕분에 인간됐죠』라고 또 웃으며 말한다. 정말 독한 시련이 그의 살랑거리는 재담에 삶의 무게를 실어주었던 모양이다.
어릴 때는 유복한 가정의 무남독녀로 공주처럼 자랐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고생문이 열렸다. 학교도 그만 두고 경남 산청의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1년간 살았다. 고등학교 때는 친척집에 얹혀사느라 등교하는 데만 두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친척집 하숙집 등으로 이사도 수도 없이 하면서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리고 개그맨으로 꽃을 피우다 88년에는 자살 기도까지 가는 큰 시련도 겪었다. 그 이듬해는 미혼모의 운명도 맞았다. 그 시련을 극복하는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동료 개그맨들이 매일 방문해 위로해 주고, 방송에 다시 복귀할 수 있게끔 여러 사람들이 도와주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인덕으로 먹고 산다』고 말했다.
그에겐 10여년 된 「늘푸른」모임도 빼놓을 수 없다. 낯가림이 많은 그에겐 박미선 이경실 이홍렬 주병진 양희은 등 오랜 지기들이 모인 이 모임이 더없이 소중하다. 이 곳은 세상에 대한 따뜻한 수다장이며 아이디어의 산실이기도 하다. 요즘은 회원인 강남길씨 때문에 다들 걱정이 많다고 한다.
93년 당시 「TV 저널」 기자였던 조대원씨와 결혼해 지금은 아들 은기(12), 딸 은비(4)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남편은 98년에 음반 제작자로 변신, 첫 작품으로 내놓은 코요테가 성공을 거두고 있어 기쁜 마음이다.
80년 개그맨이 뭔지도 모르면서 친구 따라 TBC 개그콘테스트에 참가했다가 뜻하지 않게 대상을 받고부터 시작된 개그 인생. 그는 『아직도 뭔지 잘 모르고 해 온 개그인생을 시청자들이 쭉 지켜봐줘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한다.
■ 내가 본 이성미
자기 일에 충실한 진정한 프로다. 순발력과 재치에 있어서는 대한민국의 넘버 원이다. 그쪽 계통으로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인간성도 좋다. 고생을 많이 해봐서 진정한 의미에서 인생이 뭔 줄 안다. 단점이라면 재주가 많은 만큼 조금 가벼운 부분이 있다는 것. 내면세계의 연기로 채워넣어야 할 부분이다.
/배철호
■ 주요 출연 프로그램
84년 KBS2 「젊음의 행진」
90년 KBS2 「유머1번지」의 「탱자 가라사대」
92년 SBS 「코미디 전망대」 SBS 「꾸러기 대행진」
94년 SBS 「좋은 친구들」
98년 EBS 「딩동댕 유치원」(진행중)
99년 SBS 「이경실 이성미의 진실게임」(진행중) SBS 「토요 스타클럽」(진행중)
MBC 「일상탈출 야호」(진행중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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