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제도를 개혁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민방위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여 긍정적 여론을 형성해 가고 있는 주축은 「생명문화운동」이라는 민간법인이다. 이들은 현행 민방위대를 대폭 축소하는 대신 자원봉사조직을 접목시켜 정예화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75년 창설된 민방위대가 전쟁이나 재해에 대비하는 국민동원체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25년이 흐르는 동안 운영체계가 너무 낡아 대수술이 불가피해진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민방위제도는 남북 대치 상황 속에 매월 한 번씩의 공습대비 훈련 등을 통해 국민에게 유사시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을 심어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처음 18-50세 남자 370만명으로 시작된 민방위대는 이제 20-50세 남자 740만명의 공룡조직으로 비대해졌다.
출범 초기에는 대원 전부를 훈련시켰으나 지금은 240만명만 훈련시키고 있고, 훈련시간도 5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훈련의 필요성이 준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훈련도 시간 때우기 식이 돼 버렸고 민방위 관할기관도 축소되었다.
교육은 내용과 형식에서 겉치레로 흐르고 있고, 비상사태가 벌어져도 필요한 동원조차 안되고 있다. 지난해 서해교전 때도 교전 1주일 뒤 민방위 대원 및 장비점검 지시만 있었다. 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대구 지하철 공사장 사고, 경기 북부지역 수해 등의 대형재해가 발생해도 동원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 해에 교육에 불참한 5,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구류를 살거나 벌금을 내고 있어, 범법자만 양산하는 제도가 되고 있다. 조직은 커지는데 운영방식과 예산은 그대로여서 시간이 갈수록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자원제를 바탕으로 하는 미국 독일 등의 민방위제도는 재난 대비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북한 스위스 스웨덴 등은 의무제로 전시에 대비하고 있는데, 특히 스위스는 유사시 문화재 보호까지 맡는 등 국가에 따라 민방위를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생명문화운동」은 우리 민방위대를 축소하는 대신 전국에 남녀가 참여하는 자원봉사클럽을 조성해서 시민생활에 실제 도움을 주는 조직으로 육성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2000년대를 맞으며 국민생활 패턴도 변하고 있다. 늦은 감도 있지만, 이제 민방위대는 살아 있는 조직망과 현대적 운영체계를 지닌 조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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