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이들이 『엄마, 이거 해도 돼?』하고 물어오면 허용하는 편이다. 아이들이 장롱 이불을 꺼내 뒹굴고 싶어할 때, 싱크대 속을 뒤지고 싶어할 때, 책장 서랍 속에 들어가고 싶어할 때면 귀찮아도 허락한다.아이 눈에는 모든 게 신기하고 놀라운 모양이다. 냄비를 꺼내고 병들도 꺼내고 국자랑 거품기도 꺼내 보고…. 다시 치우질 않아서 그렇지, 행위 자체는 이해가 간다.
요즘에는 매일 치우는 수고를 덜기 위해 아예 양념 그릇들을 위쪽으로 올리고 칼이나 유리병 같이 위험한 것들도 치웠다. 그리고 싱크대 한 쪽을 비우고 깨지지 않을 플라스틱 그릇 같은 것을 넣어두고 놀게 했더니 한동안 싱크대 속에 들어가 살 정도로 좋아했다.
요즘에는 장롱으로 관심사가 옮겨갔다. 아침마다 장롱을 열고 이불을 집어넣을 때면 그 틈새를 노려 들어가곤 했다. 하지말라고 말리면 오히려 이불을 장롱 앞에 내려 놓고 미끄럼을 탄다. 나도 어릴 때 오빠들이랑 장롱 속에서 숨바꼭질하던 기억이 있다.
어른이 되어 회사 수련회에서 피곤해 사람들 몰래 이불장롱에 들어가 문닫고 자다가 사진이 찍혀 사보에 실린 적도 있었다. 이런 기억들 때문에 아이들이 장롱을 점령해도 금지하지 못하겠다. 이불의 촉감이 나를 포근하게 했던 것처럼 아이들도 그럴 것 같았다.
이런 장난을 일단 허용했을 땐 감시하거나 잔소리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가 한 것에 대해 『이건 왜 이렇게 했니?』 『그만해』하면 아이는 맘껏 놀았다는 기분이 안 든다. 아이가 놀 동안 커피라도 마시며 휴식의 시간을 갖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버려두는 여유를 갖자.
김숙경·육아정보지「보금자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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