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와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주가관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 삼성 LG SK 등 주요그룹을 비롯,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은 최근 증시가 조정양상을 보이자 잇달아 주가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주가관리에 나섰다. 기업설명회(IR) 및 중장기 비전선포, 자사주 매입, 증자자제 등 호재성 발표를 연일 내놓고 있는 것.
삼성은 올해부터「시가경영(時價경영)」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목표주가를 45만원(현재 30만원대)으로 예상하고, 국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주력제품인 반도체, 휴대폰,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호황을 부각시키는 IR활동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각 사업부와 해외법인의 독자채산제, 인터넷사업비중 확대를 통해 2005년 매출 10조, 이익 1조5,000억원, 주가 10만원(현재 8만원대) 달성 등의 비전을 선포했다. 제일기획 배종렬(裵鍾烈)사장도 10만원대 주가를 연말까지 30만원대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삼성SDI, 물산, 에스원, 에버랜드 등도 최근 홍보팀을 대폭 강화하고, 중장기 비전을 선포하는 등 투자자 관심끌기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는 지난해 과다한 증자가 주가에 부담을 줬다고 판단, 올해는 금강산 사업에 필요한 현대상선 현대아산 등 일부계열사를 제외하고 증자를 최대한 자제키로 했다. 정몽구(鄭夢九)회장은 사장단회의에서 『주주이익및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킬 것』을 강조했다.
고합, 삼양사 등 중견그룹들도 적정주가유지를 위해 주가관리위원회를 구성, 펀드매니저에게 구조조정실적을 적극 홍보하고, 자사주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무사찰과 항공기추락사건 등으로 주가가 하락한 대한항공도 한진그룹계열사를 동원하여 주식을 매집, 주가를 방어하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이후 주가하락으로 고민해온 시중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빛은행은 지난해말 김진만(金振晩)행장 등이 자사주를 매입한데 이어 해외IR전문가 영입을 통해 연말까지 주가를 1만2,000원(현재 3,000원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교보증권 최고경영진은 최근 『주가가 목표만큼 오르지 못하면 자진사퇴하겠다』고 선언, 눈길을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기호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기업실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기업들의 고육지책인 점은 이해하지만 너무 주가에만 일희일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