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金九) 선생의 사랑이 있었다. 『내가 남경서 데리고 있던 「주애보」는 거기를 떠날 때 제 본향 가흥으로 돌려보내었다. 그후 두고두고 후회되는 것은 그때에 여비 백 원만 준 일이다. 그녀는 5년이나 가깝게 나를 광동인으로만 알고 섬겨 왔고 나와는 부부 비슷한 관계도 부지중에 생겨서 실로 내게 대한 공로란 적지 아니한데…』「백범일지」에는 이같은 기록이 나온다. 중국의 여작가 하련생(夏輦生·52)은 이 구절에서 김구 선생의 사랑을 추적해 장편소설 「선월(船月)」(범우사 발행)을 썼다. 김구 선생은 1932년 윤봉길 의사의 홍구공원 폭탄투척 사건 이후 일본의 수배대상이 돼 중국 지인의 도움으로 절강성의 가흥(嘉興)으로 피신한다. 그곳에서 5년을 보내면서 임시정부의 앞날을 구상하던 그는 일본의 눈을 속이기 위해 중국 처녀 뱃사공 주아이바오(朱愛寶)와 부부 행세를 하게 된다. 「백범일지」의 구절은 바로 이 이야기다.
하련생은 현재 절강성 신문 「가흥일보」의 편집인으로 형부가 상해 임시정부 시기 김구 선생의 경호원의 유자녀라는 인연을 갖고 있는 작가. 그는 김구 선생의 가흥 시절을 철저한 자료수집과 선생의 아들 김신 장군의 증언·동행 현지취재에 바탕해 재구성했다. 소설은 김구 선생의 긴박한 피신생활을 토속정취 물씬한 가흥을 배경으로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주아이바오와의 「사랑」을 얼개로 그의 인간적 면모를 세밀화처럼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는 『후인들이 역사에 보답하고, 역사로 하여금 미래를 말하게 하자는 생각에서 소설로 위대한 거인의 삶을 그려보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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