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경수비대에 체포된 7명의 북한난민이 정부와 국민의 뜻과는 달리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송환된 사건은 국가 관계의 냉엄한 현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러시아는 난민에 대한 인간적 관심이나 우리에 대한 외교적 배려보다는 중국, 나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겼으며 중국은 북한 우선의 외교정책을 재확인했다. 난민 7명은 다시 죽음의 땅으로 내몰렸고 외교력의 부분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정부는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 관련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각을 재확인하면서 다음 몇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가 그러한 조치를 하게 된 이면에는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경조약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물론 경제적 이유로 인한 월경을 인정하지 않는 식의 지나치게 포괄적인 규정 등은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중국 러시아 양국과 적절한 협의를 해야 한다.
또 왜 이런 실무적 차원의 문제점들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는지 그 원인을 살펴보고 이런 사태에 아무런 대비책이 없었다는 점에서 반셩해야 한다.
둘째, 북한 난민 문제에 대해 흔히 자중지란을 드러내는 우리 사회의 일관성 없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 일부는 이번 사건을 정부의 대북정책 이른바 햇볕정책의 총체적 실패로 몰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햇볕정책은 북한 난민문제를 포괄, 초월하는 관점에서 추진되는 거시적 정책이다.
이번 사건이 그 정책 기조를 흔들 수는 없다. 우리는 궁극적 목표를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조용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난민 문제는 결국 평화 유지와 통일의 문제로 연결된다. 이에 대해 부분을 전체로 보거나 정치적으로 접근해 일화일비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대북 문제에 관한 한 정부 주도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으나 다양한 대화 체널의 개발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현 정부가 주도하는 햇볕정책 하에서 사회적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언론은 물론 정치·사회 집단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비토 그룹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늘 잃은 것만 부각시키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이종구·전 국방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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