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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4·13 - 대청소의 날

입력
2000.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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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13일은 우리 정치사에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같다. 제16대 총선일인 이 날은 임시정부 립기념일이다. 그리고 1987년 당시 전두환정권이 이른바 「4·13호헌조치」를 발표했다가 「독재타도」 「민주쟁취」의 기치를 내세운 6월시민항쟁을 촉발한 날이다.시민항쟁은 6·29선언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고, 그 선언은 아무도 거스를 없는 민주화의 큰 분 령이 됐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선언한 국민의 정부가 처음 총선을 치르는 4월13일은 민주화와 정치발전에 인연이 깊은 날이다.

이미 지난 해 국정감사 모니터활동으로 선보였던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는 불법 여부에 관계없이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유권자권리선언의 날」로 설정한 30일 이후 낙천·낙선운동의 열기는 더욱 뜨거울 것같다.

민주화와 정치발전의 흐름에 비추어 4·13총선은 또 하나의 시민혁명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될 87년 당시는 대학생들이 먼저 나선 뒤 「넥타이부대」가 가세했지만 지금은 그 반대로 시민단체가 먼저 나서고 대학생들이 가세하는 양상이다. 그만큼 시민단체의 역량과 영향력은 커졌다.

시민단체가 사후적 비판차원을 넘어 사전예방적 정치참여로 활동양상을 바꾼 것은 정치권의 자업자득이다. 시민단채들은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정치권은 무신경한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정치관계법을 개악하려 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반(反)반부패족이다. 4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반부패기본법이 아직도 처리되지 못하고 표류하는 이유는 그 법의 표적이 될만한 사람들이 입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 사람은 다 안다. 정치개혁의 바탕을 마련해준 공로자는 역설적으로 정치인 바로 그들이다.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을 쓰레기 분리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거함은 다양하다. 병역비리, 부패, 탈세, 선거법위반등 전과, 반민주·반인권 전력등 여러 거함이 마련돼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가 얼마나 될는지는 알 없다. 교통시민단체는 설날 귀향항공권을 부당하게 획득하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명단을 총선에 앞서 공개하고 해당 항공사도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한다. 정치인들을 비롯한 공직자들은 이제 모든 부문에서 감시를 받고 있다.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에는 분명히 문제점도 많다. 단체끼리의 공명심경쟁이 예상찮은 부작용을 몰고 올 있다. 또 모든 단체가 선거에 간여하려 하고 정치활동을 하겠다고 나설 있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대통령이 법개정논의에 앞서 시민운동을 얽어매지 말라고 지시한 것은 성급했다.

이번 지시는 시민단체의 등을 타고 총선에서 승리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대통령이 나서지 말았어야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조정기능이 자생력을 키우게 됐을

하지만 유권자를 대표해 국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유권자들의 뜻에 부응하지 못하고 구제불능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분노할 없다. 미국등 선진국에서는 선거운동을 법으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 예비선거와 같은 상향식 공천이 정착돼 있어 별도의 낙선운동 없이도 여과장치가 잘 가동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YMCA의 활동은 색다르다.

부적격후보의 당선을 막는 네거티브운동이 아니라 지역별로 바람직한 후보를 선정, 자원봉사등을 통해 당선을 돕는 포지티브식 지원운동을 하겠다는 앞으로 시민단체를 비롯한 유권자들의 정치참여는 이같은 포지티브방식의 지원운동으로 전환돼야 하며, 정치권 내부를 비롯한 사회 전체적으로 사람을 키우고 기르는 시스템 확립이 병행돼야 할

이번 총선에서 그런 것까지 다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생각된다. 어느 사회든 진보와 발전에는 월반이 없다. 시민의 힘에 의한 정치개혁도 월반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진통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4월13일은 대청소의 날이다. 그동안 청소에 게을렀기 때문에 작업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임철순 편집국 국차장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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