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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이사람](3) 할리우드 잠재운 '쉬리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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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이사람](3) 할리우드 잠재운 '쉬리전사'

입력
2000.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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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불어닥친 IMF 한파로 모두 힘들고 좌절해 있던 98년 봄, 그 긴 어둠의 터널 속에서 강제규(姜帝圭·37) 감독은 새로운 빛을 찾아 나섰다. 첩보액션영화 「쉬리」 만들기. 제작비만 20억원이 넘는 초대형 액션물. 이런 규모의 액션영화는 할리우드의 전용물이라고만 여겼던 우리 영화계는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강 감독의 회고.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 투자자, 관객, 영화인들의 벽이 생각보다 높았다』

그는 혼자 그 벽을 넘고자 했다. 결코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다.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도 새로운 장르, 기술, 소재였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영화에 대한 생각들, 우리 영화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었다. 간신히 얻어낸 기회. 그래서 그는 더 처절하게 매달렸다. 그 결과 99년 설날 아침 「쉬리」는 「이런 도전도 실현 가능하구나」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쉬리」나 「쉬리」의 감독이 희망의 메시지가 된 셈이지요』

전국 관객 578만명. 국내에서 그가 얻은 흥행 수익만 60여억원.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최고의 한국 영화라는 찬사보다 할리우드 영화 「타이타닉」의 국내 관객 동원 기록을 깬 것이 무엇보다 소중했고, 그 힘을 갖고 세계시장에 우리 영화를 내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했다. 「쉬리」는 이미 홍콩에서 성공리에 상영됐다. 흥행수입만 15억원. 22일에는 일본 70개 극장에서 시작해 일주일 후에는 130여개 극장으로 확대 개봉된다. 적어도 100만달러는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된다. 「쉬리」 한편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강제규필름」의 자산가치를 2,000억원으로 매겼다.

강 감독은 그에게 쏟아졌던 엄청난 찬사에 안주하지 않는다. 지금 4개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 경남 산청에서 촬영하는 「은행나무 침대」 속편 격인 「단적비연수」(감독 박제현)의 제작이 그 출발이다. 강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을 「제2의 쉬리」는 9월 시나리오를 끝내고, 내년 초 촬영, 하반기 개봉한다. 그는 모든 것이 준비되기 전까지는 말을 아낀다.

『분명한 것은 세계 시장을 정확히 예견한,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주제다. 가능한 일본, 독일, 미국, 캐나다 영화사와 합작으로 만든다. 당연히 「쉬리」보다 크다』

그가 또한번 일을 낼 것인가. 확실한 변화는 이제 사람들이 그를 보고 더이상 무모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새천년 이 사람」 시리즈 이번 회에 소개된 강제규 감독은 8일자 2회 주인공인 21살의 고졸 벤처기업가 이상협 ㈜칵테일사장이 추천했습니다.

- 추천 이유:지난해 영화 「쉬리」가 증명하듯, 강제규 감독은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길에 도전해 그것을 실현시켜 새로운 가치 비전을 제시했고, 「쉬리」가 한국 영화사의 한획을 그었기 때문입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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