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민당(CDU)을 공중분해라도 시킬 듯 연일 메가톤급 정치자금 스캔들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이번에는 스캔들의 한 축을 쥐고 있는 당의 의회재정 및 예산분야 책임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20일 발생했다.요하힘 회르스터 기민-기사당 연합 사무총장은 『볼프강 휠렌 당재정 책임자가 베를린의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며 『그가 「개인적인 문제로 목숨을 끊는다」는 유서를 남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를린 검찰청은 『관련자들의 횡령혐의를 중심으로 자살사건을 수사할 것이며 수사는 유서를 토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그의 자살이 정치자금 스캔들과 무관치않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일간 베를리너 차이퉁도 『휠렌이 유서에서 의회의 조사로 자신의 횡령혐의가 드러날 것을 우려했다』며 『기민당의 횡령사실을 일부 기록해놨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유서에는 「부적절한 정치자금」을 취급한데 대한 양심의 가책이 기술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독일 의회는 휠렌의 자살이 의회 특별조사위원회의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기 불과 수시간전에 일어났으며 그가 1997년 당비 100만 마르크(6억원)를 불법전용했다고 최근 시인한 회르스터 사무총장의 측근이라는데에 주목하고 있다.
의회 특별조사위는 헬무트 콜 전총리를 비롯, 조사대상에 오른 전·현직 관리 20명의 명단을 발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명단에는 콜 외에 볼프강 쇼이블레 기민당 당수, 안겔라 메르켈 기민당 사무총장, 콜 정권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폴커 뤼헤 기민당 부당수, 테오 바이겔 전 재무장관, 클라우스 킨켈 및 디트리히 겐셔 전외무장관 등 콜 행정부의 고위직 인사와 현 기민당 지도부가 거의 망라돼 있다.
폴커 노이만 조사위원장은 명단 발표직후 『콜 전총리가 가장 먼저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 공영 ZDF 방송은 기민당에 대한 독립적인 회계감사 결과 1989-1993년 기민당으로 출처불명의 불법자금 800만-1,000만 마르크(48억-60억원)가 흘러들어온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고 이날 보도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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