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반도정책이 한국과는 경제적 유대를, 또 골치아픈 혈맹 북한과는 정치·군사적 유대에 역점을 두어 왔으나, 92년 한국과 수교이후로는 외교적 균형 유지에 신경을 써 온 것이 사실이다. 유일한 냉전지대 한반도에서 중국이 이같이 치우침없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만약 중국이 남북한 어느 일방에 경사된다면 이지역 안정에 심각한 위해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여러관점에서 츠하오톈(遲浩田) 중국국방부장(장관)의 방한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 그 의미가 각별하다 할 수 있다. 작년8월 조성태(趙成台)장관의 방중에 대한 답방형식인 이번 방한은 중국의 대 한반도정책 추이를 체감하게 하는 중요 단서이기도 하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살펴볼 때 「남한과는 경제」 「북한과는 정치·안보」라는 중국의 기존 한반도 정책구도가 점진적으로 해체과정을 맞고 있지 않느냐 하는 성급한 판단마저 들게 한다. 다만 우리가 이 시점에서 바라는 바는 중국이 대북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20일 한중 국방장관회담은 진일보한 양국관계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반세기 전 6·25전쟁으로 형성된 적대적 관계가 실질적인 동반자 관계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양국은 국방장관 회담의 정례화를 비롯, 군고위 간부들의 상호교환방문 등에도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지난해 베이징 국방장관회담에서 합의한바 있는 한반도 비핵화문제와 미사일 생화학무기 확산에 반대한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야흐로 새천년 첫세기의 출발점에서도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힘의 각축은 한 세기 전의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국방책임자가 북한에 앞서 한국을 찾은 의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을 경계하면서 자국의 영향력확대를 도모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우리의 대응과 자세는 어느 때보다 지혜롭고 당당해야 한다.
지난 한세기가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였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지배를 더이상 용인하지 않으려는 도전 또한 만만치 않다. 21세기 초입에서 시작되는 힘겨룸 양상은 어떻게 진전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우리의 생존전략이 보다 치밀하고 탄력적일 필요가 있다. 불과 한세기전 열강의 각축에 이리저리 휘둘렸던 아픈 역사는 지금 반면교사로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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