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콘트롤미국의 케네디, 라가디아, 뉴욕 공항에는 하루 7,000대가 넘는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관제사는 이 비행기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게, 그리고 제 시간에 도착하도록 유도한다. 생명과 돈을 담보로 하는 관제 업무는 오락으로 따진다면 최고급, 고(高)리스크 게임에 속한다.
닉 팔존(존 쿠삭)은 엄청난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감각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 물론 아내 코니(케이트 블랑쉬)와의 관계도 원만하다. 그러나 그의 일과 가정은 인디언 혼혈인 러셀 벨(빌리 밥 손튼)의 출현으로 위기에 빠진다. 장난삼아 시작한 게임부터 관제에 이르기까지 러셀은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극한의 능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러셀의 나이 어린 아내 메리(안젤리나 졸리)와 잠자리를 한 것은 닉이지만 결국 러셀이 자신의 자신의 아내를 탐할까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그이다. 불안은 닉의 영혼을 갉아 먹고 직장도 가정도 파탄의 위기를 맞는다.
사소한 것에서 시작했지만 궁극엔 목숨까지도 걸게되는 남자들의 경쟁심이 비행관제라는 독특한 직업과 맞물려 흥미진진하게 표현됐다. 오락게임보다 흥미로운 관제 시스템, 착륙하는 비행기 밑에 서 있다 몸을 날리는 기막힌 장면도 좋다. 그러나 신비스런 러셀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그의 대사가 구구절절 별 의미가 없는 점은 어색하다. 감독 마이크 뉴웰. 원제 「Pushing Tin」(비행관제의 속어). 오락성 ★★★ 작품성★★☆
*살사
살사. 쿠바에서 발원한 빠르고 정열적인 춤음악. 콩가 봉고 등 토속 타악기가 뿜어내는 빠르고 풍성한 사운드와 낙천적인 스테인어 가사로, 뻣뻣한 몸으로는 따라 추기 어려운 격정적 리듬이 특징이다. 블루스가 끈적하다면 살사는 건전하고 율동감 넘친다.
24세의 촉망받는 피아니스트 레미 보네(뱅상 르퀘르)는 클래식 음악가로서의 안정된 길을 버리고 살사 춤꾼이 되기 위해 고향 툴루즈에서 파리로 찾아온다. 레미는 쿠바 출신의 위대한 작곡가 츄초의 카페를 살사 교습소로 바꾸기 위해 댄스전문가 펠리페에게 춤을 배운다. 문제는 그의 피부. 그는 선탠을 하고 쿠바 청년 몽고로 활동한다. 매력적인 프랑스 여인 나탈리(크리스티앙 구트)는 몽고에게 빠져들고…. 격정적인 리듬과 춤은 관객을 무장해제 시킨다.
그러나 알고 보니 옛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곁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혼혈을 경멸하던 나탈리의 가족이 사실은 혼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 등 잘 짜여진 시나리오는 할리우드 시나리오의 문법을 닮았다. 바로 이 점이 격정과 즉흥의 춤 살사와는 다소 어긋난다. 살사의 정열이 잘 짜인 시나리오에 갇혀 양식화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감독 조이스 브뉘엘. 오락성 ★★★☆ 작품성 ★★★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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