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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이겁니다,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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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이겁니다,들어주세요"

입력
200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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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라이브 무대에 가장 많이 선 여가수는 누구일까. 「맨발의 여왕」 이은미. 그녀는 2, 3일에 한번꼴로 무대에 섰다. 돈 벌자고 한 일은 아니었다. 장사가 된다 싶으면 확 몰려 들고, 그렇지 않으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공연이 안되는 우리 라이브 풍토를 조금이라도 「교통 정리」해보고 싶은 오기가 생겼기 때문이다.그 고된 라이브를 무리없이 소화하기 위해 몸을 끊임없이 움직였다. 서른이 넘은 여가수가 한번 쉬기 시작하면 한없이 늘어지기 때문이다. 대학강의를 통해 배운 것도 있다.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강의를 통해 『요즘 애들의 순수함, 모르기 때문에 갖는 순수함에 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렇게 바쁜 일정을 보냈던 그녀가 새해 벽두부터 리메이크 음반을 불쑥 들고 나왔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신규 앨범도 어려운 판국인데, 리메이크라니. 하지만 그녀에게 이번 앨범은 가수 이은미가 음반을 만드는 방, 노래를 부르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예전엔 「이렇게 들어주세요」하고 만들었죠. 하지만 이번엔 「이겁니다. 들어주세요」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미국 내슈빌의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면서 그곳 연주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그대로 녹음 작업에 들어갔다. 「이은미 적인 것」이란 강박을 버렸다. 그래서 때론 잡음이 살짝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얻은 것이 많다. 자연스럽게 노래 부르는 법, 그래서 오히려 노래가 전면으로 자연스럽게 부각되는 것을 배웠다.

리메이크 앨범 「노스탤지어」는 그야말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낯익어 정다운 곡들이다. 이동원의 「이별노래」, 원준희의 「사랑은 유리같은 것」, 하덕규의 「가시나무」, 양희은의 「찔레꽃」등 80년대 레퍼토리부터 현미의 불멸의 히트곡 「보고 싶은 얼굴」,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세상 떠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등 12곡의 노래들은 하나마다 추억이 깃든 노래들이다.

첫 곡인 「이별 노래」는 퍼커션(percussion) 리듬이 중심이 된 보사노바풍으로 이은미의 가창이 얼마나 더 자연스러워 졌는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나긋나긋한 발라드인 「사랑은 유리같은 것」은 R&B 느낌으로 다시 태어났다. 장중한 첼로 선율만으로 다시 불린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노래의 핵심 서정인 우울함이 강조됐다. 하모니카와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이뤄진 간결한 구성의 「서른 즈음에」는 담백한 보컬의 매력이 느껴지는 곡이다.

『페니 휘슬, 하모니카, 집시 탬버린 등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악기들을 사용해 다양한 소리를 만들 수 있어 좋았어요. 이를테면 집시 탬버린은 우리나라 탬버린보다 엄청나게 크고 깊은데 울림이 깊어 좋았어요』 마이클 볼튼 투어 코러스 팀의 보컬도 부드럽다.

노래를 소화하는 방법을 새로 알게된 그녀. 올해 그녀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무대에 서고 또 선다. 지방 무대를 더 많이 가져 보겠다는 작은 변화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든든하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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