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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이 웬 정치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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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이 웬 정치냐구요

입력
200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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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의 희망은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시민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싸움질만 하고 욕설만 하는 국회의원을 더이상 뽑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20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 사무실 한켠 탁자에 둘러모여 열심히 우편물을 정리하던 권병덕(權炳德·18·경기 평촌 부흥고3)군 등 고교생 자원봉사자들은 『여기 왜 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이같이 대답했다.

정치개혁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참여연대 등 「2000년 총선시민연대」가입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중인 「N세대」 고교생은 모두 110명. 참여연대에는 매일 10여명의 고교생 자원봉사자들이 사무실에 들러 우편물 정리와 팸플릿 발송 등을 도맡아 시민운동가들의 일손을 덜어준다.

이들 중에서 권군이 최고 고참이다. 집이 있는 평촌에서 1시간30분여간 지하철을 타야하는 먼 거리지만 일주일에 3,4일은 꼬박꼬박 참여연대가 있는 안국동을 찾는다. 『세상을 알아가고 함께 활동한다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올해들어 고3 수험생활 때문에 잠시 자원봉사 활동을 그만뒀던 권군은 지난해 11월 수능시험을 치른 뒤 부리나케 다시 이곳을 찾았다. 이번엔 여동생 혜령(惠令·16)양도 함께였다. 『낙선운동을 하려면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도 같이 하자고 제의했습니다』

서울예고 1학년 박다인(16)양도 단지 『세상이 알고 싶다』는 이유로 이곳을 찾았다. 이번엔 박양의 시민단체 자원봉사활동 사실을 알고있던 친구들이 박양에게 『같이 할 수 없느냐』고 제의했다. 서울예고에 다니는 김은진(16) 권예송(16)양은 그래서 박양의 손을 잡고 온 친구들이다.

『이번 총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국민을 진정으로 원하는 국회의원들을 뽑기 위해 작은 도움이나 주고 싶습니다』 장래희망이 「시민운동가」인 박양의 말이다.

참여연대 홍일표(洪一杓)간사는 『낙천·낙선운동을 계기로 자원봉사를 하고싶다는 고교생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비록 참정권은 없지만 정치개혁에 일조하고 싶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까닭』이라고 평가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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