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토요일) 오후 8시 50분에 새롭게 선보이는 주간 가족 시트콤 KBS2 「반쪽이네」. 서울대 미대 출신의 386세대 만화가인 최정현씨가 자기 가족의 일상적 삶을 그려 큰 호응을 얻었던 실명 만화 「반쪽이네 가족일기」를 토대로 만든 시트콤으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집에서 가사를 맡은 반쪽이(김창완)와 바깥 일을 하는 아내 변재란(정애리), 똘똘한 딸 하예린(황채린)이 엮어가는 이야기.■ 반쪽이, 김창완
『이 빨래를 꼭 내가 해야 되겠어?』 만화가란 직업 때문에 집안 일을 맡게 됐고 나름대로 평등부부의 소신을 지닌 반쪽이. 하지만 이따금 일반적인 한국 남성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아내의 언변에 늘 뒤지는 어눌한 가장이고, 주변에서 무시하면 토라져 꽁하는 성격이 있지만 마음 한 편은 순수한 빈 그릇 같다. 유치원생 딸과 함께 놀면 곧잘 아이처럼 굴고 이런저런 공상에 쉽게 빠지기도 한다. 게으른 살림꾼이지만 머리 속엔 알뜰한 살림 지혜로 가득찬 재활용의 달인.
이런 반쪽이 캐릭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연기자가 김창완(46)이란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작진도 만족스럽다. 다만 제작진이 아쉬워했던 것은 30대 역을 맡기에 다소 나이가 들었다는 점. 극중에선 겉늙은 얼굴로 여기기로 했다.
며칠씩이나 감지 않은 듯한 널부러진 머리, 갓 잠에서 깬 듯한 부시시한 눈이 묘한 친화력을 불러일으키는 김창완. 그도 벌써 연기 경력이 15년째다. 헐렁한 아버지로,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등으로 숱한 드라마에 감초 역할로 등장했다. 『연기가 재미있다』는 그는 당분간 음반을 낼 계획은 없고 연기에 주력할 생각. 『연기와 음악이 다른 것 같지는 않아요. 관객들을 위한 「행위」라는 점에서는요』
연기에 맛을 들인 그가 이번 시트콤에 임하는 자세도 그래서 남다르다. 『남녀가 구분되고 남북이 갈라진 우리 땅덩어리에 반쪽이는 현대인의 어떤 결핍을 담은 말이라고 원작자가 그러더군요. 그 반쪽이란 인물에서 전 우리 마음속에 내재된 보편적인 정서를 이끌어내는 데 노력할 겁니다』
■ 변재란, 정애리
KBS1 아침드라마 「은하의 뜰」 이후 8개월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정애리. 아침 드라마를 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겐 오랜만만남이라 반갑다.
정애리도 『경쾌한 시트콤에서 밝고 활동적인 역할을 맡게 돼 반갑다』고 말한다. 84년 MBC 「사랑과 진실」로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올랐다가 이듬해 결혼과 동시에 드라마를 떠났다. 3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와 드라마에 복귀한 후 90년대 「유혹」 「열애」 등의 멜로 드라마에서 주로 맡은 역할들이 이혼, 불륜 문제가 얽힌 어두운 역이어서 다소 불만스러웠다고.
코믹물은 데뷔 무렵 이후 모처럼만에 맡았다. 정적인 멜로물만 주로 맡아 연기 호흡이 빠른 동적인 시트콤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란 물음에 『원래 말이 빠르기 때문에 시트콤도 잘 맞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또렷한 자기 주관을 가지고 사리분별이 분명한 변재란과 자의식이 강하고 이지적인 맛이 풍기는 정애리의 이미지가 쉽게 겹쳐진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는 틀이 없는 인물이예요.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다른 일은 잊어버리고, 건망증도 심한 코믹한 성격도 가지고 있구요』
잡지사 편집팀장으로 일하는 변재란은 편집국장인 임하룡과 윗집에 사는 전형적인 가부장 최양락과 자주 부딪친다. 정애리와 임하룡, 최양락이 어울리는 그림을 떠올려보면 그 자체로 코믹해진다.
「하늘에서 내린 예쁜 내 딸」을 줄인 딸 「하예린」처럼 그도 여덟 살 난 예쁜 딸아이를 두고 있다. 그는 『따뜻한 가족의 일상 생활을 통해 찝찝한 웃음이 아니라 온 가족이 마음까지 포근해지는 즐거운 웃음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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