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근원은 여성이다. 모든 희망과 억압으로부터의 탈출구는 여성성이다.남성의 거세공포는 이제 공포가 아니라 희망이다. 페티시즘(Fetishism·물신주의·이성의 것들에 집착하는 행위)은 남성의 가슴을 불룩하게 만들고, 여장 남자로서 삶에 집착하게 한다. 턱을 깎고 실리콘으로 가슴을 만든 여장남자 매춘부 아그라도(안토니아 산 쥬앙)는 연극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가 취소된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원래 여성이었던 사람들보다 더욱 여성스러운 진품이며, 내가 희망하는 나에 가까워질수록 더 순수해 진다』고.
롤라(토니 칸토) 역시 남장 여자로 살아간다. 그의 아이를 임신한 마누엘라(세실리아 로스)는 그것이 혐오스러워 도망쳤고, 수녀 로사(페넬로페 크루즈)는 그에게 임신과 에이즈란 두개의 선물을 받았다.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여배우 위마와 나나는 여성끼리의 사랑(레즈비언)에 집착한다. 로사는 죽음과 아이를 바꾸고, 마누엘라는 아들의 죽음 대신 로사의 아들에게서 새로운 모성애를 찾는다. 그들은 모두 어둠 속의 빛이다. 절망과 슬픔과 고통으로부터의 구원이다.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악동」취급을 당했다. 별난 인물과 성에대한 도발적이고 조롱기 섞인 대사와 묘사. 그 천박성이 때론 그가 농담 속에 진지성을 갖고 추구하는 진실_육체의 비극과 과거 고통에서 희망의 끈이 무엇인지_를 아예 외면하게 만들기도 했다. 칸영화제도 그렇게 취급하다 지난해야 그를 받아 들였고, 그에게 감독상을 선사했다. 물론 그도 많이 변했다. 별난듯 하면서도 보편적이며, 강렬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성긴듯 하지만 촘촘해졌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Todo Sobre Mi Madre)」은 이렇게 개성과 스타일, 대중성과 작품성을 혼합한 스크루볼(Screwball) 드라마다. 「이브의 모든 것」에서 제목을 따왔으면서도 욕망의 이브가 아닌 사랑과 헌신의 이브,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영화속 연극으로 등장하면서도 튀틀린 욕망과 비극이 아닌 비극적 현실로부터의 탈출과 희망. 그 변주와 교직속에서 알모도바르는 여성성과 모성애의 힘을 과시한다.
그 모성애의 힘은 곧 마누엘라 아들 에스테반이 교통사고로 죽고, 대신 에이즈 보균자로 태어난 로사의 아들 에스테반이 신기하게 정상으로 돌아오는 기적으로 상징된다. 여장 남자가 된 남편 롤라에게서 도망쳤던 마누엘라가 남편에게 아들의 존재와 죽음을 알리는 것이 복수라고 생각해 바르셀로나로 돌아왔지만, 그 절망의 땅에서 그녀가 찾은 것은 증오나 미움이 아니다. 연극배우 위마와의 우정, 로사에 대한 진정한 이해, 롤라에 대한 용서, 그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알모도바르의 재주가 아직 우리에게는 별나고 괴이하게 보이지만 어쨌든, 여성성 만세! 어머니 만세! 29일 개봉. 오락성★★★☆
예술성★★★★ 이대현기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