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20일 선거법 87조를 개정,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58조를 고쳐 선거기간전의 낙천운동도 가능토록 하자고 나선 것은 파격적이다.선관위는 불과 사흘전인 17일 경실련의 공천부적격자 명단발표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는 명백한 선거법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는 등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에 대해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시민단체의 선거기간전 낙선운동을 사전선거운동으로 규정,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선관위가 여론에 쫓기는 듯한 인상마저 풍기며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에 대해 180도 선회한 배경은 무엇일까.
선관위의 한 간부는 『시민단체의 공천반대운동 등이 여론의 엄청난 지지를 받는 등 16대 총선을 앞두고 전에 없던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며『선관위의 법개정건의는 시민단체의 활동을 무작정 막기보다는 이를 선거문화개선, 정치권 개혁 등의 원동력으로 활용하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낙천운동등 선거활동이 이미 현행법의 틀을 넘어선만큼 차제에 이를 전향적으로 허용, 선거풍토를 개선하는데 불씨로 활용하자는 판단이다.
여기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국민의 뜻」으로 규정, 법개정 필요성을 지적하고 야당인 한나라당마저 법개정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한 것도 선관위의 결심을 굳히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선관위는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허용하자는 입장을 정해놓고도 막상 허용대상 및 범위 등 구체적인 부분을 놓고서는 고심을 거듭했다.
유권자의 건전한 감시활동을 위한 법개정이 자칫 일부 정당 및 후보자들의 사조직 선거운동및 흑색선전을 합법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때문이었다.
선관위의 한 간부는 『선거직전 「공익」을 가장한 사이비 시민단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특정인에 대한 지지·반대 선거운동이 만연할 경우 이를 가려내기가 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단체로 하자는 의견을 냈다.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단체를 둘러싼 정치권의 아전인수식 법개정을 막기위해 미리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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