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차기 총재 자리를 놓고 독일과 미국, 프랑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오는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공식 의제는 엔고 저지와 미국 경제의 거품논란 등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차기 IMF 총재를 둘러싼 물밑 교섭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독일의 적극 공세 현재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독일. 독일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까지 직접 나서 카이오 코흐-베저 재무차관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17일에는 총리 외교보좌관 주재로 베를린 주재 42개국 대사 초청 설명회를 가진 데 이어 슈뢰더 총리는 곧 IMF의 24개 이사국 대표에게 지지를 당부하는 서한을 발송할 계획이다.
코흐-베저 차관은 IMF 총재직에 공식적으로 도전의사를 밝힌 유일한 후보. 독일 정부는 특히 IMF 총재는 전통적으로 유럽국가의 몫이었고 지난 30년간 프랑스가 이 자리를 독차지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코흐-베저가 브라질계 독일인이고 저개발국 자금지원을 주업무인 세계은행(IBRD)에서 23년간 일한 경험도 있어 개발도상국의 거부감도 적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프랑스의 반대 IMF의 최대 지분국인 미국은 아시아 경제위기 등을 계기로 국제금융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해진만큼 새 총재는 이같은 개혁을 책임지고 수행할만한 인물이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재무차관의 경력으로는 정치적 중량감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래리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특히 『지금까지 IMF가 수행해 왔던 특정국가에 대한 장기자금 지원업무의 비중은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해 코흐_베저의 IBRD 경력도 평가절하했다.
프랑스도 IMF 총재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못하고 있다. 과거 IMF 총재직을 독점하다시피 해 다른 유럽 국가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점이 최대 약점이지만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정치적 리더십을 내세워 로랑 파비우스 전총리를 설득하고 있다. 파비우스 전총리는 총리 재직시절 AIDS에 오염된 피를 수혈한 스캔들 등으로 아직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지않고 있다.
이밖에 영국의 엔드루 크로켓 국제결제은행(BIS) 총재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이탈리아의 마리오 드라기 전재무관, 일본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재무관, 이스라엘의 야곱 프렌켈 전 이스라엘은행 총재 등도 제3의 인물로 거론되고 있지만 해당국 정부는 아직 소극적인 상황이다.
전망 미셸 캉드쉬 IMF 총재는 지난해 11월 임기 만료를 1년 앞둔 2월16일 사임하겠다고 선언한 상태. 독일은 22일의 G7 회의에서 일본·영국 등의 지지를 얻어내고 31일의 유럽 재무장관 회의에서 코흐-베저를 유럽 단일후보로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계획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선 미국은 유럽 국가들이 후보단일화를 이뤄내지못할 경우 스탠리 피셔 IMF 수석부총재의 대행체제로 끌어간다는 복안이다. 프랑스도 파비우스 전총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않는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직도 후임이 결정되지않아 2-3개월간 자리가 비어있었던 전례까지 있어 IMF 총재직도 한동안 공석으로 남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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