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는 19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안보서신에 대해 공개질의서 발송및 진상규명을 위한 국방위 소집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이날 오전 당8역회의가 끝난후 이영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과연 제1야당 총재가 군·관·민을 이간시키는 내용의 편지를 군 장성들에게 보낼 수 있는지 경악과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며 『공개질의서를 내고 국방위를 소집, 철저히 진상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만섭 총재권한대행은 『이총재가 과연 국가안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입장인지 스스로 자문자답한 후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97년 대선때 문제가 되었던 두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상기시켰다.
국민회의는 공개질의서에서 「간첩을 쫓던 사람이 간첩에 의해 쫓겨 다니는 신세」라고 표현한 내용과 관련, 『과거 고문과 용공조작으로 악명을 떨쳤던 한나라당 모 의원을 지칭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총재가 같은 당 정형근 의원을 보호할 목적에서 서신을 보냈다는 주장이다.
국민회의는 『두아들 모두가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국가안보를 거론할 수 있는가』라며 『「안보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쳐 보지만 한계가 있다』고 직격탄을 퍼부었다. 이와함께 「총선을 의식한 군관민 이간책」, 「정치적 목적달성위한 안보흔들기 술책」등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이총재를 비난하고 현역 장성들에게도 서신을 보냈는지 밝힐 것을 요구했다.
한화갑 총장은 『일선 군인들이 그렇게 걱정되면 자기 아들도 동참시켜야 할 것』이라 꼬집었고 김옥두 총재비서실장은 『정형근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편지』라고 평가절하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이회창 총재 '안보서신' 요지
지금 이 나라는 애국의 길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혼돈스러운 상황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목숨걸고 간첩을 쫓던 사람이 그 간첩에 의해서 백주에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되고, 전방의 군인들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것인지 혼란을 느낄 정도입니다. 방첩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도 간첩잡는 것이 혹시나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일은 아닌지 갈등에 빠져 있습니다.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정부여당은 전면 개정이나 폐지를 논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국가안보 이상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통일도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통일이 되고 난 뒤에도 안보는 세계전략의 일환으로서 변함없이 국가 제일위의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우리는 장군님들의 애국이 존숭(尊崇)되는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나라 서신 반박 "탈북자 외교잘못 덜기 생떼"
한나라당은 국민회의의 대대적인 공세를 「생떼쓰기」로 몰아붙이면서, 최근 탈북자 북한송환 문제와 연계시키는 등 강력한 역공책을 들고 나왔다. 어설픈 수비보다는 정면으로 맞대응하는 게 파장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장광근 부대변인은 19일 반박 성명에서 『국민회의가 이회창총재의 서신에 대해 「국론분열 망언」 운운한 것이야말로 망언』이라고 되받아친 뒤 『도대체 편지의 어느 부분이 잘못됐으며, 또 비판받을 내용인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장부대변인은 이어 『지난해 말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에서도 안보시국 성명문을 통해 현정권의 안보관과 햇볕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면서 『국민회의의 태도는 탈북자 7명의 북한 송환으로 외교정책의 무능과 햇볕정책의 문제점이 불거지자 이를 호도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주장했다.
총재실 관계자는 『국민회의가 이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안보콤플렉스 때문』이라고 분석한 뒤 『당 국책전문위원, 97년 대선때 이총재지지 그룹 등에게 새해 인사 편지를 보낸 것일 뿐이며 이중에 현역장성은 단 한사람도 없다』고 밝혔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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