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형무소 재소자 집단 처형과 포항일대 주민 집단 처형·수장사건이 벌어졌던 때와 비슷한 시기인 1950년 8월께 제주도에서도 예비검속자에 대한 집단처형이 이뤄졌으며 이는 육군본부 정보국이 주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대전형무소 집단처형 사실을 처음 공개했던 재미동포 이도영(52·뉴욕거주)박사는 1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예비검속자 총살집행 의뢰의 건」이란 문서를 공개했다.
1950년 8월30일자로 작성된 「해정참 제16호」로 분류된 이 문서는 당시 제주도 주둔 해병대사령부 정보참모였던 김두찬(金斗燦·해병대사령관 및 국회의원 역임)중령이 문형순(文亨淳) 당시 성산포경찰서장에게 보낸 공문이다.
이 문서에는 『계엄령실시 이후 현재까지 귀서에 예비검속중인 D급 및 C급 인물중 총살 미집행자에 대해 귀서에서 총살 집행후 그 결과를 9월6일까지 육군본부 정보국 제주지구 방첩대(CIC)대장에게 보고하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박사는 『「총살미집행자」란 표현은 이전에 군경에 의해 총살이 이뤄졌음을 의미하며 육군본부가 제주도 주둔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집단처형을 지시한 주무부서였음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당시 예비검속자로 검거됐다 풀려난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1950년 8월12∼20일 예비검속자 220여명이 성산포경찰서에서 군에 인계돼 행방불명되는 등 6·25 당시 제주도에서만 600∼700명이 처형 또는 행방불명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육군본부 정보국장은 장도영(張都暎)씨였고 육군참모총장 정일권(丁一權), 국방장관 신성모(申性模)씨 등이 지휘계통에 있었다.
이박사는 문서입수 경위에 대해 『5·16 직후 군이 경찰에 보낸 총살지시 관련, 문서를 모두 파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으나 당시 성산포경찰서에 근무하던 한 간부가 문서가 파기될 경우 경찰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쓰고 역사의 진실을 밝힐 수 없다는 생각에 보관해오다 건네준 것』이라고 밝혔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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