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기술 야후코리아와 합병한다」 「이수화학 해외매각」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에 허위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허위정보란 거짓으로 판명나기전까지는 미확인 루머에 불과하다. 그러나 루머는 확인단계에서 대부분 허위로 밝혀져 투자혼란을 초래하고 실제 투자손실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최근 넷상에서 자신이 보유한 종목을 매수추천, 부당이득을 취해온 「도쿄 조」라는 한국계를 고발한 바 있다. 스모그처럼 가상공간을 어지럽힌다는 뜻에서 「데이터스모그」로 불리는 허위정보가 국내에서도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 가상공간 허위정보의 홍수
지난해 10월 모 증권정보 사이트에는 현대상사가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합병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랐다. 게시판은 금새 불이났고 사이트 운영자는 한글과컴퓨터에서 허위정보임을 확인하고 정정문을 낸 뒤 소란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새롬기술은 최근 가상공간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합병과 관련한 허위정보로 골머리를 앓은 경우. 넷상에서 「새롬기술이 어디어디와 합병한다」는 내용을 접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홍보담당자 이혜승차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문에 사실무근이라는 말밖에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허위정보는 특정 종목의 시세조정을 노리는 가상공간의 새로운 패턴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과감하게 회사측 아이디를 도용해 재료를 노출시키는 방법도 등장한 것. 연초 로커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운영자」라는 ID로 「액면분할 21일 주총서 건의」라는 안내문이 게시돼 투자자를 현혹시킨 일이 벌어졌다. 회사측은 즉각 반박문을 내고 『단순한 장난이 아니면 주가를 띄우려는 악의적 시도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장외시장 사이트에는 특히 사채업자들의 허위정보가 판을 친다. 지난해 미래벤처(www.venb.co.kr) 운영자는 2만원에 공모한 기업의 주가가 허수주문 등의 방법으로 7만원까지 급등하자 거품론을 제기하면서 힘겨운 사이버대결을 벌여야 했다. 끈질긴 설득으로 논란을 잠재웠다는 운영자는 『상대방은 대부분 해당기업 주식을 보유한 사채업자였다』고 말했다.
이외에 특정종목의 주가가 거품이라는 악성 루머와 「강력추천, 1달간 보유요망」 등의 정보도 경계대상으로 꼽힌다. 우선주 열풍이 불때처럼 「함께 들어가자」 는 감언이설도 허위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 대책은 없나
현실적으로 허위정보를 근절시킬 뾰족한 대책은 없다. 대부분 사이트가 게시판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지만 회원가입 자체가 자유롭기 때문에 방패막이가 되지 못한다. 허위정보를 적발하더라도 ID를 추적, 작성자 본인을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모 사이트 운영자는 『인터넷상의 투자정보는 5%도 믿을 게 못된다』고 인정하면서 도리어 『주식투자가 원래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파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증권거래소나 증권업협회 또는 금융감독원도 광범한 사이버공간에 대한 실질적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있기는 마찬가지.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를 모니터링은 하지만 실제 허위정보를 가리고 추적하지는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도 『허위정보 검색 프로그램 개발 등은 장기과제로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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