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지…』회사원 윤모(31)씨는 최근 올림픽대로상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기름이 바닥나면서 몰고가던 승용차가 대로상에서 멈춰 서버린 것이다. 길가로 차를 옮겨놓긴 했지만 어쩔줄 모르고 발만 구르던 윤씨에게 경찰 순찰차 한대가 다가왔다. 윤씨의 사정을 들은 경찰관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가 PET병에 한가득 기름을 담아왔다.
「경찰이 달라지긴 많이 달라졌군」이런 윤씨의 감동은 하지만 얼마가지 못했다. 선행을 베푼 경찰관이 갑자기 윤씨의 인적사항을 요구한 것이다.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윤씨의 이름과 주소를 받아든 경찰관이 자리를 뜨자 윤씨에게 이번엔 씁쓸함이 밀려왔다. 『도움을 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왜 생색을 내려하지…』
최근 경찰청 인터넷 사이트나 민원실 등에는 「봉사내용을 보고하는 경찰」에 대한 충고와 비판이 쇄도했다. 『경찰이 시민을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데 왜 보고까지 하느냐』『표창상신 등을 위한 속보이는 행동』등의 내용이었다.
서울경찰청은 이와관련 19일 『시민에게 도움을 주고나서 인적사항을 묻지말 것』을 방범 교통 등 대민서비스 부서에 특별지시 했다. 『새경찰은 「숫자놀음」으로 실적을 평가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지시에 덧붙여졌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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