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의 움직임에 국내 증시가 과민반응하고 있다. 올해 개장 첫날 30.97포인트 상승한 종합주가지수는 4일 뉴욕증시의 대폭락 영향으로 깊은 조정에 들어간 뒤 줄곧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에 휘둘리고 있다. 미국시장이 17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탄생기념일로 휴장한 뒷날인 18일에는 종합주가지수가 마치 지표를 상실한 듯 큰폭의 변동을 보이며 혼조세를 나타냈다. 코스닥시장은 더욱 심각해 연초 개장 이후 이틀을 제외하고는 나스닥지수가 움직이는 방향을 반복해 왔다.이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개인이나 기관투자자 모두 뉴욕증시 동향만을 파악하기에 바쁘고 시장은 다시 미국을 따라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나스닥선물지수까지 눈치봐야 하는 실정이다. 선물형태로 24시간 거래되는 나스닥종목 100개의 지수는 한국시장 개장시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코스닥 투자자 사이에는 새로운 지표가 되고 있다.
정보통신·인터넷 등 세계의 산업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경제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증시가 보여주고 있는 미국 따라가기는 너무 위험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러다 미국의 금융식민지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일천한 자본시장의 역사를 탓하기 앞서 증시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밤새 미국 눈치만 보다가 나스닥지수가 오르면 매수하고, 내리면 투매하는 모습에 슬픔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는 한 투자자의 말이 한국증시의 현주소를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김정곤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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