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새로운 예술의 해」를 선포하는 개막 공연이 22일(토) 오후 2시 국립극장에서 펼쳐진다. 새로운 예술이 무엇이냐에 대한 모색이 한창인 가운데 그 개념의 일부를 선보이는 자리다.이 행사의 예술감독인 컴퓨터음악 작곡가 이돈응(한양대 교수)은 「인터랙티브 네트워크 아트」(Interactive Network Arts)를 준비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는 예술행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쌍방향 교류를 통해 변형함으로써 하나의 공연으로 엮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다.
국립극장 대극장과 소극장을 연결한다. 영상·음향 전송시스템이 바로 지금 저 쪽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거기에 따라 예술 행위가 이뤄진다. 쌍방향 동시 반응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생성되는, 움직이는 예술인 셈이다.
예컨대 대극장의 피리 연주가 소극장 컴퓨터를 통해 새로운 음악으로 변형되고 거기에 맞춰 양쪽에서 춤을 춘다(「피리와 컴퓨터의 인터랙티브」). 연주 음향에 따라 영상이 바뀌고 여기에 마임과 타악이 협연한다(황성호 작 「인간과 멀티미디어의 인터랙티브」). 색소폰, 컴퓨터음악, 마임, 시 낭송이 하나로 만나기도 한다(「만남과 충돌」). 예술가가 완성해서 전달하는 완제품 예술을 보아온 관객들에게, 이처럼 상황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현재진행형 예술은 낯선 세계로 다가올 것이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즉흥성이다. 현장 분위기와 영감에 따라 연주가 바뀌고 거기에 맞춰 춤과 연기가 이뤄진다. 그래서 강태환(색소폰) , 이혜경·이지영(무용), 박광서(타악) 등 즉흥에 강한 예술가들이 출연한다.
예술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으로 가능해진 이번 인터랙티브 네트워크 아트 공연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공연 양식이다. 네트워크 아트는 1984년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선보인 바 있으나 그것은 뉴욕의 음악과 영상을 파리로 전송해 거기에 맞춰 공연하는 일방향 방식이었다. 이번 공연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쌍방향 방식이다.
관객들은 극장 로비에서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관객 개개인의 음성을 녹음하는 컴퓨터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녹음된 수많은 목소리는 공연 피날레에 「음성혼합 합창곡」(임종우 작곡)으로 울려퍼진다. 색깔이나 움직임을 감지해 영상과 음악으로 바꿔주는 디지털 장치도 새로운 예술을 짐작케 한다. 관객들은 로비에 설치된 그 장치 앞에서 마음대로 움직이며 자신만의 영상과 음향을 창조할 수 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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