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의 아이들은 바람 같았다. 13일 눈이 내리던 강원 고성군 간성읍 마산봉 자락에 위치한 광산초등학교 흘리 분교. 전교생 22명은 인근 스키장에서 눈발을 맞으며 스키 연습으로 하얀 꿈을 키우고 있었다.눈이 많이 내리기로 손꼽히는 이 산골 마을은 옛부터 나무 스키가 발달했고 80년대 국내에서 처음 스키장이 건설된 곳. 마을 주민들에게 스키는 일상이다.
흘리 분교 학생들은 모두 4, 5세 때부터 자연스럽게 스키를 탔고, 겨울이면 운동화보다 스키 부츠를 신고 돌아다니는 시간이 더 많다. 그리고 모두 실력있는 스키 선수다. 아버지, 선생님이 곧바로 스키 강사. 10, 11일 열렸던 전국동계체육대회 강원도 대표 선발대회에서 6명이 선발됐다. 그중 정동현(11)군은 지난해 전국동계체육대회 초등부 3관왕에 오른 스키 유망주다.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부모님의 농사일도 도우면서 가끔은 빙어 낚시도 하고 개구리도 잡고 감자도 구워먹는 무공해 산골생활을 하는 흘리 분교 아이들. 눈이 많이 내리면 즐거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스키 연습을 못하게 될까봐 걱정한다.
이 동심의 풋풋한 겨울이야기를 EBS 「난 할 수 있어요」의 6㎜카메라가 담아 25일 오후 5시 20분에 방송한다. 매주 화요일에 방송되는 「난 할 수 있어요」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성장이야기를 다루는 VJ(비디오 저널리스트) 다큐멘터리. 두 손가락뿐이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능숙한 피아노 솜씨를 자랑하는 희아, 대학로에서 기타 연주에 나선 초등학생 기타리스트 재민이, 진주소싸움 대회에 나갈 싸움소를 훈련시키는 겁없는 아이 철관이, 힙합댄스의 1인자가 되고자 노력하는 초등학교 댄스부 「비바체」, 경력 1년 미만의 초등학생들로 결성된 6인조 밴드 「햇살」 등…. 자칫 튄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 왕따 당했을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이다.
각자의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키우는 아이들의 성장이야기는 어른들마저 반성케하는 뭉클함을 보여주었다. 정영홍 PD는 『최초의 본격적인 어린이 다큐멘터리다. 어린이들에게 10㎝ 가까이 접근해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아내면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가는 성장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며 『한편으로는 어른의 시각이 투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있어 앞으로 어린이들 고유의 세계를 더 진실되게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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