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독일 정계개편론 확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독일 정계개편론 확산

입력
2000.01.20 00:00
0 0

정치불신 극대화 불신율 65-68% 달해독일 통일의 영웅 헬무트 콜 전총리가 비자금 스캔들에 밀려 비참하게 퇴장했다. 그는 18일 4개월째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이 스캔들로 결국 기민당(CDU)의 명예 당수직에서 사임하고 말았다. 앞으로 그에게 남은 것은 의원직 사퇴와 정계은퇴 발표뿐이다.

지난해 11월초 기민당의 군수업체 뇌물수수 사건이 터지기전만 해도 베를린 장벽 붕괴 10주년을 맞아 독일 통일의 영웅이자 정계의 거목으로 대접받았던 콜. 그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잇단 실정과 인기하락으로 지난해 6차례의 주의회 선거에서 기민당이 모두 승리하자 『다음 총선에서 정권 탈환에 앞장서겠다』며 강한 재기의욕을 보였었다.

하지만 처음 미풍에 그칠 것으로 보였던 비자금 스캔들은 메가톤급의 태풍으로 돌변했다. 스캔들은 16년간의 총리 집권을 포함, 41년에 걸쳐 화려했던 정치인생의 막을 내리게 한 것을 넘어 이미 기민당 사활의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콜의 명예 당수직 사임도 1945년 창당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한 기민당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민당은 18일 긴급 지도부회의에서 콜에게 비자금 사건의 진실을 밝힐 것과 명예 당수직 사퇴를 요구했다. 콜은 결국 자신의 사퇴로 사태의 확산을 막아보려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날 사퇴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스캔들의 파문은 여기서 멈추지않을 것같다. 기민당 지도부가 이날 그동안의 불법자금 수수로 사퇴압력에 몰렸던 볼프강 쇼이블레 당수에 대해 예상외의 재신임을 결정했지만 그의 정치 생명은 이미 끝났다는게 정치 평론가들의 분석이다.

그는 내분에 휩싸인 당을 추스리는 등 후임자를 위한 뒷수습을 한뒤 물러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기민당이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처, 새롭게 변하지못하면 1990년대초 총체적 부패로 사라진 이탈리아의 기민당처럼 해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스캔들로 인한 국민의 정치 불신은 정계 개편의 움직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기민당에 이어 집권 연정인 사민당(SDP)과 녹생당의 일부 간부마저도 뇌물성 편의를 제공받은 혐의가 보도되자 국민의 정치인 혐오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일간지 디 벨트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 정부와 기민당에 대한 불신이 각각 65%와 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여론은 『이제 은밀한 밀실정치를 해온 콜과 같은 구정치인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정치권에서는 정계재편론, 즉 세대교체론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신진 정치인들은 『콜의 검은 돈으로 승승장구해온 구세대 정치인들은 콜을 비난할 자격도 없다』며 정계재편론을 주장하고 있다. 기민당의 크리스티안 불프 의원 등 신진세력은 『당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세대가 정치판을 짜야 한다』며 당지도부에 연일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